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대목이 특히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강경발언의 파장을 의식한 청와대가 “새로운 표현, 새로운 강조점이거나 특별한 것이라기보다 기존에 국민이 생각하는 부동산 투기에 대한 문제점, 거기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을 정도다.

현 정부 들어 18차례나 대책을 내놨어도 집값은 물론 전셋값까지 뛰는 마당이니, 대통령의 발언 배경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고강도 규제를 망라한 지난달 ‘12·16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여론조사마다 ‘부동산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0% 안팎에 달했을 만큼 불신도 크다. 주거 안정이 민생의 핵심이고,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임박해 청와대도 다급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을 ‘불로소득’, ‘때려잡아야 할 대상’으로 보고, 앞으로도 수요 억제책으로 일관할 것을 예고한 점은 유감스럽다. 왜 집값이 뛰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일치된 진단과 처방을 외면한 채, 규제일변도의 접근법으로는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시중에 돈이 넘치고 학군 수요, 분양가 상한제까지 겹친 마당에 인기 지역의 집값 상승 기대는 투기심리가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기대’로 봐야 할 것이다.

정부가 직시할 것은 투기라는 ‘허상’이 아니라 ‘더 좋은 집, 더 넓은 집, 더 편한 집’에 살고 싶어 하는 실수요라는 ‘실상’이다. 낡은 집에 살다가 모델하우스를 둘러본 부부가 어떤 생각을 할지 헤아리지 못하면 엉뚱한 곳에 주먹질하는 일만 되풀이할 것이다. 수요·공급 원리를 외면하고 시장과 싸우려 들수록 정부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