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인공지능(AI) 기술·활용·인재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는 우리나라 AI 경쟁력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AI 경쟁력의 원천인 인재 양성과 활용, 기술수준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주요국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AI 강국’을 일구겠다는 정부가 직시해야 할 초라한 현실이다.

논문과 논문 인용 수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 세계 AI 핵심인재 500명 중 한국인은 7명으로 미국(73명), 중국(65명)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일개 도시인 중국의 특별구 홍콩(29명),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터키(19명)·대만(9명)보다도 적었다. AI 전문가 2만2400명 중 한국에서 활동하는 인력의 비중도 1.8%로 일본(3.6%)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AI 인재 양성뿐만 아니라 국내외 우수인력 유치·활용 측면에서도 크게 부족하다는 뜻이다. AI 기술력은 미국 대비 81.6% 수준으로 유럽(90.1%), 중국(88.1%), 일본(86.4%)에 한참 밀렸다.

주목할 점은 응용소프트웨어 기술에선 중국과 일본에 앞섰지만, 빅데이터 기술 수준은 중국과 일본에 뒤졌다는 것이다. AI 기술의 핵심은 데이터다. 양질의 데이터를 많이 확보할수록 뛰어난 성능의 AI가 탄생한다. 그런데 각종 규제로 데이터 활용이 막히다 보니 응용소프트웨어 기술이 AI·빅데이터와 효과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계속 국회에 막혀 있는 사이 기술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AI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백화점식으로 여러 과제를 내놓았지만 결국 핵심은 AI 인재 육성과 데이터 규제 해소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대학 결손 인원을 활용해 AI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리겠다는 식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수도권 대학 규제를 푸는 등의 과감한 조치가 시급하다. 관련분야 전반의 규제 혁신도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