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황금을 낳는 거위
이솝 우화》에 실린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이야기는 짧고 간단하다. 어떤 농부에게 매일 황금알을 하나씩 낳는 거위가 있었다. 거위는 농부에게 큰 이익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점점 게을러지고 욕심이 잔뜩 생긴 농부가 문제였다. 그는 거위의 배에 황금이 가득 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거위를 죽여 배를 갈랐다. 거위의 배 속에는 그러나 황금이 하나도 없었다.

정기적으로 나오는 금을 갖지 못하게 된 어리석은 농부는 부자가 될 기회를 영영 놓쳐버린다. 현실에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어리석은 농부와 같은 결정을 내린다. 훗날 자신의 노후자금으로 쓰일 자본을 아무런 계획 없이 낭비하는 사람들이 바로 거위를 죽인 농부와 같다. 여유자금을 거위를 기르는 데 써야 하는데, 힘들게 모은 월급으로 여행을 너무 자주 다니거나 외제차와 명품 물건을 사거나 과도하게 사교육비를 쓰는 사람들이다.

그동안 투자교육과 상담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왔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기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거위를 죽이는 어리석은 농부와 같은 우를 범하고 있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다면 현명한 사람들은 농부처럼 거위를 죽이는 대신, 열심히 정성스럽게 기르려는 노력을 한다. 한 마리만 기르기보다는 가능한 한 여러 마리를 기르려고 할 것이다.

거위를 기르는 것은 현대인의 노후준비 과정과 비슷하다. 소비를 줄여 투자하는 것이 거위를 기르는 것이다. 과도한 소비를 하는 것은 나중에 나의 노후를 책임질 거위를 죽이는 행위와 같다. 거위를 기르는 대신 되레 죽이는 일은 한국에서 유독 심하다. 과도한 사교육비를 쓰고 비싼 명품이나 보석 등을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평소 이어오던 소비성향을 줄이기란 쉽지 않다. 그런 생활이 몸에 익어 습관이 되고, 사고방식으로 정착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마음도 한몫한다. 때문에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매일 거위를 죽이는 라이프스타일을 단절하고, 거위를 기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거위를 기르는 것과 유사한 금융제도가 한국에 있다. 연금저축이다. 1년에 400만원까지 가입해 투자를 하면 세금혜택이 주어진다. 올해가 가기 전에 반드시 채워야 한다. 적은 금액이라도 매일 꾸준히 거위를 사고 기르도록 하자. 그 거위들이 커서 나의 노후를 책임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