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가 ‘주주 위에 정부’라는 제목의 내년 통신업종 전망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보고서는 올해 통신주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꼽았다. 한국과 중국의 통신업종이 유독 부진했는데, 5G(5세대) 부문에서 사업자의 자율적 의사보다는 정부 주도로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면서 실적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4월 ‘심야 개통 소동’까지 벌여가며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통신사 주가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가입자 증가세를 고려해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통신 3사 대표들을 만나 5G 투자를 확대하고, 중저가 요금제도 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통보나 다름없었다. 사업자들이 결정해야 할 투자 계획과 통신요금을 정부가 설계하고 있으니 실적이 좋아지고 경쟁이 활성화될 리가 있겠는가. 내년에도 정부 입김이 계속되는 한 주가 반등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초우량 공기업이었던 한국전력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적자 늪에 빠졌다. 원전가동률을 줄이고 발전 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및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 탓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감면 비용까지 떠넘겼다. 한전은 뉴욕증시에도 상장된 회사지만 중요 의사결정에서 소액주주와 외국인주주 의견은 고려되지 않았다. 정부 여당은 대형마트에 이어 복합쇼핑몰에도 출점 제한·의무휴업 규제를 적용하려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화점 세일 행사에까지 간섭하고 있다.

이렇게 곳곳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이 도를 넘고 있다.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경쟁과 혁신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게 너무도 뻔하다.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주가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 피해는 소비자와 주주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