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적인 국내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GDP(국내총생산)디플레이터 상승률이 3분기 -1.6%로, 20년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는 어제 한국은행 발표는 우리 경제가 어떤 처지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GDP디플레이터가 네 분기 연속 마이너스인 것은 외환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그 하락폭도 작년 4분기 -0.1%, 올 1분기 -0.5%, 2분기 -0.7%로 점점 커지고 있다. 경제가 활력을 잃은 채 갈수록 기력이 쇠하고 있다는 명백한 징후다.

GDP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눈 값으로, GDP를 구성하는 투자, 소비, 수출입 등 경제 전체의 물가수준을 반영해 ‘GDP 물가’로도 불린다. 소비자물가가 가계 지출 비중이 큰 460개 품목에 가중치를 붙여 산출하는 반면 ‘GDP 물가’는 모든 물가 요인을 포괄하는 종합 지표여서 체감경기와 밀접하다. 거시경제 진단 시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GDP 물가’가 1년 내내 하락세인 점은 ‘D(디플레이션)의 공포’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밖에 없다. 국내 물가와 무관한 수출입물가도 포함돼 디플레 증거로 단정할 수는 없어도,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는 동안 ‘GDP 물가’가 하락 국면에서 좀체 헤어나지 못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수축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동안 경제 활력 저하가 생산, 투자, 소비, 수출 등의 부진에서 확인됐지만 ‘GDP 물가’에서 더 뚜렷해진 것이다.

저(低)성장이 저물가를 낳고, 저물가가 사회적 기대수익률을 낮춰 저성장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GDP 갭’ 마이너스 상태도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현실을 각성하고 경제정책이라도 민간 활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할 텐데, 거꾸로 규제·증세·반(反)기업 기조를 고수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제도적 억압이 경제의 역동성을 가로막고 있는 게 아닌지 정부는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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