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중소기업(50~299인)의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을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보완대책을 내놨다. 계도기간을 충분히 주고, 특별연장근로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대기업(300인 이상)의 주 52시간제 시행 때 최장 9개월간 계도기간을 준 것 이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처벌을 유예하기로 했다. 또 탄력근로제 확대 등을 위한 국회의 보완입법이 늦어질 경우 관련 시행규칙을 고쳐 특별연장근로를 재난·사고뿐 아니라 일시적 업무 급증, 특수한 R&D(연구개발) 등 ‘경영상 사유’ 때도 허용키로 했다. 구인난이 심각한 뿌리산업에 대해선 외국인 고용 허용한도(E-9)를 높여주는 대책도 추가했다.

주 52시간제로 인해 노심초사해 온 중소기업들로선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그러나 일시 유예일 뿐, ‘주 52시간 공포’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정부 대책을 핑계삼아 국회의 보완입법이 더 늦어질 수도 있고, 노동계는 “주 52시간제가 누더기가 됐다”며 총파업을 예고해 산 넘어 산이다. 절박한 처지의 중소기업들이 1년 이상 유예와 조속한 보완입법을 촉구하는 이유다.

대선공약인 주 52시간제가 확대 적용될 때마다 산업현장은 우왕좌왕하고, 정부는 땜질대책에 골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애초에 생산성 증가 없이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을 강요한 것부터가 ‘잘못 끼운 단추’이자 예고된 부작용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가 주 52시간제로 성장 둔화를 자초했다” “자원이라곤 열심히 일하는 인적 자원뿐인 나라에서 일을 조금만 하게 강제하는 이유가 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지금이 강제노동, 중노동 시대도 아니건만, 노사 스스로 ‘일을 더 하겠다’고 하는 것조차 금지하는 나라가 또 있는가. 기업은 환경변화에 속수무책이고, 근로자는 임금이 줄어 ‘투 잡’을 뛰어야 하는 판이다. 이제라도 국회는 유연근무를 도모할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땜질만 하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