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태 환경장관포럼 수원 개최에 거는 기대
올해는 유난히 ‘가을 태풍’이 많았다. 제13호 태풍 ‘링링’, 17호 태풍 ‘타파’, 18호 태풍 ‘미탁’ 등은 강풍과 함께 집중호우를 뿌려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을 냈다. 농작물도 큰 피해를 봤다. 문제는 가을 태풍이 일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상청이 태풍을 본격 관측하기 시작한 1951년 이후 9월 태풍의 영향을 세 차례나 받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2016년과 2018년에도 9월 두 차례 태풍의 영향을 받았다. 그전까지 60여 년간 9월에 태풍이 발생한 것은 여섯 차례에 불과했다.

가을 태풍이 잦아진 것은 기후변화와 관련이 깊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해수 온도가 떨어지지 않아 태풍이 북상하기 쉬워진 것이다. 기후변화 위험을 체감할 수 있을 만큼 ‘기후 위기’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폭염으로 인해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등에서 산불이 빈번히 발생하고, 급기야는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이 불탔다. 그린란드를 비롯한 극지방의 빙하는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 폭염과 홍수, 태풍과 한파는 어떤 식으로든 기후 위기와 연결돼 있다.

내년 수원에서는 의미 있는 국제회의가 열린다. ‘제4차 아시아·태평양 환경장관포럼’이다. 유엔환경계획이 주관하는 유엔환경총회의 지역별 준비 회의다. 아·태 지역 41개국 정부, 국제기구, 환경단체 대표 등 500여 명이 모여 환경 현안을 논의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아·태 국가의 2021년 파리협정 이행을 위한 국가별 역할, 감축 기여 이행 및 강화 방안, 정책 역량 개발 등을 집중 논의하고 각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추진 방안을 모색한다.

파리기후협정의 목표는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것이다. 이미 발생한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원, 기술, 역량을 키우며 지속가능한 대응으로 5년마다 목표를 점검하기로 약속했다.

기후 위기 경고음은 쉼 없이 울려왔지만 선진국은 적극적인 기후행동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개발도상국들도 더 이상 부담을 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구적 차원의 대응은 개별 국가의 이해관계 때문에 교착상태라 할 수 있다. 다행히 최근 들어 기후 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올해도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프랑스 등을 비롯해 수백 곳 이상의 각국 지방정부가 기후 위기 비상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내년 아·태 환경장관포럼은 아·태 지역 환경공동체 형성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마련하고 에너지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아·태 지역 41개국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로 아시아·태평양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동 아젠다를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