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완전자율車 시대, 경영·정책의 틀 바꿔야
완전자율주행차를 만드는 원리와 방법론은 정립된 상태로 문서화돼 있지 않다. 한마디로 교과서가 없다. 그런데도 세계 유수의 회사가 뛰어들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앱티브와 합작법인을 세우고 여기에 2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웨이모’ 개발자는 운전자가 없는 완전자율주행차 서비스 개발은 차를 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상황을 계속적으로 기계학습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그 각종 상황을 어느 정도 학습하게 되면 급격하게 그 다양성과 빈도가 줄어들지, 아니면 긴 꼬리(롱테일) 형태로 계속 그런 상황이 나타나게 될지 실제 기계학습을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그런 상황일수록 실제 일어날 빈도도 높지 않으므로 현실 운행에서 기계학습하기는 더욱 어렵다.

기껏 학습한 상황이 다양한 자동차의 크기와 도로 조건, 날씨 등에 적합할지 여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영국과 일본에선 차량이 좌측통행을 하는데, 미국이나 한국같이 우측통행을 하는 상황에서는 기계학습한 운행 방법이 활용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렇게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임에도 구글의 웨이모는 곧 완전자율주행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것처럼 고객과 소통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확실한 것은 세계 어디선가 ‘레벨5’의 완전자율주행차 서비스가 책임 있게 시작된다면 그날이 진정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시작되는 날이라는 점이다. 그때는 천재지변이 아닌 인공시스템의 오류 또는 부족한 기계학습의 결과로 탑승자가 사망해도 마치 산사태나 지진 같은 천재지변으로 인해 탑승자가 사망한 것과 비슷하게 취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천재지변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의 경우 보험금은 지급될 수 있지만, 형사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천재지변에 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완전자율주행차의 기계학습 부족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민형사상 책임 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인류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한다는 의미가 된다. 인공시스템이 기계학습의 부족 또는 오류로 인해 한 인간을 사망하게 했을 때 어느 누구의 책임도 묻지 않고 보험금을 유족에게 지급하는 형태로 사회제도가 형성된다면, 인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고양해온 인류 역사에 처음으로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완전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들 것이란 주장이 있다. 이런 주장은 완전자율주행차에 대한 인류의 기대를 반영한다. 그런데 정말 교통사고 사망자가 줄어든다고 해도 그런 사회가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다. 완전자율주행차가 나오기 전의 교통사고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게 아닌 이상, 민형사상 책임을 지는 사람과 법인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완전자율주행차의 교통사고는 어떤 사람과 법인에 민형사상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기계학습 시스템의 불완전한 학습이나 무작위로 발생할 수 있는 계산 불충분으로 인해 사망 사고가 난 경우 자동차 제조업체와 소프트웨어 업체, 기계학습을 수행한 업체, 데이터를 제공한 업체, 도로와 신호체계 인프라를 제공한 업체, 이를 운용하는 업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이런 사업체들이 공동으로 부담하는 보험 체계에 의해 무덤덤하게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마치 전 국민이 매일 아침 추첨을 해 당첨되는 죄 없는 한 사람을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사회 체계는 완벽하게 최적화돼 있어서 더 나은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어야만 그 윤리적 정당성이 보장된다. 어떤 시기의 시스템이 최적화된 상태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공시스템에서 무작위로 발생할 수 있는 인간의 사망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고양해온 관점에서는 비판받을 수 있다.

이렇게 불확실성과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산적해 있는 완전자율주행차 서비스는 전통적인 사업 전략과 정책 수립 패러다임에서 먼저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가용한 수단과 축적되는 사실에 기반한 적응적 기술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링 전략 및 산업 정책이 보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