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성과주의'로
급격한 기술변화 대처하는데
한국은 노동·출자 규제로 '꽁꽁'

기업에 대한 세금·규제 줄여
'기업가의 충동'을 응원하고
기득권 세대의 양보도 필요

이만우 < 고려대 경영대 교수 >
[다산 칼럼] 경제, 냉철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독일 사회과학자 막스 베버가 1904년부터 2년간 발표한 논문을 엮어 1920년 출간한 책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담겨 있는데, 100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현실감이 넘친다. 베버는 ‘훈련된 노동력’과 ‘규칙적 자본 투자’가 결합된 ‘기업’을 자본주의 핵심 동력으로 평가한다. 더 높은 성과를 달성해 더 많은 보수와 승진을 성취하려는 ‘노동자의 욕구’와 성장을 이끌 기반인 자본을 축적하려는 ‘기업가의 충동’을 응원한다. 종교적 윤리를 갖춘 노동자·기업가의 검약정신을 강조하면서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바울 서신을 상기시킨다.

베버는 유럽에서의 복식부기 발견이 경영의 규칙성 확립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한다. 복식부기 회계는 기업의 재무상태와 경영성과 측정을 통해 성과배분의 기초를 제공한다. 베버 시대 이후 주식시장은 크게 확대됐고, 현재 및 미래 주주에게 제공하는 정보도 다양해졌다.

회계정보의 작성과 소통을 주관하는 경영자가 주주와 투자자 집단의 이익을 침탈하는 회계부정과 미공개 내부정보(inside information)에 대한 민·형사 책임도 강화됐다. 정책과 규제로 기업 성패에 영향을 미치는 공직자에겐 보유주식의 처분 또는 백지신탁이 의무화된다. 투자종목 선정 등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공모 및 사모펀드 가입은 허용되는데,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이를 위반한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시민단체에도 공직자에 준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시민단체 출신 공직자 기용이 크게 늘었는데 고액 재산과 대량의 주식 보유가 재산공개 과정에서 드러났다. 특정 기업에 관한 부정적 정보를 미리 알면 약정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풋옵션을 활용하는 등 대박 기회가 열려 있다. 미국 9·11테러 당시 범행 계획을 알았던 세력이 풋옵션을 매입했을 가능성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미공개 내부정보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감시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

인구가 경쟁 대상 선진국보다 적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 경제가 수출 중심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적절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일부 대기업은 국제적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 경제성장과 함께 노동계와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커졌다. 이들의 지향점이 이상하게 쏠리면서 노동계는 대기업 정규직의 이익을 대변하고 시민단체는 대기업 출자구조를 흔들어 주식 단기차익을 노리는 세력을 부추긴다.

노동계의 성과급 폐지 주장을 수용해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 기조를 바꿨다. 한병철 독일 베를린예술대 교수가 <피로사회>에서 지적했듯이 규율사회가 성과사회로 바뀌면서 성과주체가 탈진과 우울증에 빠지는 문제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선진국이 급격한 기술변화에 대처하는 전략의 핵심은 성과주의다. 대기업에 대한 지나친 출자규제도 인수합병(M&A)을 통한 ‘승자 독식’이 판치는 국제 경쟁에서 한국 기업을 도태시킬 위험 요인이다.

한국 노동시장에서 대기업 정규직의 급여 수준과 고용 보장은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다. 기업 성과에 대한 보상을 풍족하게 챙기는 기득권 그룹이 정년연장과 근로시간 단축 및 성과급 반대를 주도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성과급과 노동시간에 관한 규제로 인건비 실질부담이 치솟아 창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한계기업은 폐업으로 내몰린다. 일생의 밑천인 생애 첫 직장을 제때 잡지 못한 청년은 좌절하고 혼인과 출산은 크게 줄어 국가의 존립을 위협한다. 기업에 대한 세금과 규제를 줄여 투자의욕을 북돋아야 한다. 청년수당 등 인기몰이 선심은 청년의 일생을 망가뜨릴 함정이 될 수 있다. 공적보험과 복리후생비 명목으로 고용하는 기업에 직접 지원하고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베버는 따뜻한 열정과 냉철한 균형감각을 결합시키는 노력을 강조한다. 국가 미래를 책임질 청년이 제대로 된 직업을 찾을 방안을 마련하는 데 따뜻한 열정을 집결해야 한다. 경제를 쪼그라뜨린 노동과 출자규제는 냉철한 균형감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 기득권 세대의 대승적 양보가 청년의 활기찬 미래를 이끄는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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