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건강이야기] 항공 여행과 건강
재미 동포가 추석 명절을 보내기 위해 이달 초 한국을 방문했다. 10여 년 만의 고국 방문이라 많은 기대를 했는데 귀국 3일째부터 고열, 기침, 가래, 콧물이 심해 힘든 명절을 보내야 했다.

비행기에선 수백 명의 승객이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같이 지내게 된다. 비행 중에는 공기가 기내에서만 순환되므로 승객 중 누군가가 보유한 바이러스, 결핵균, 폐렴균 등 병원균이 다른 승객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 기내는 습도도 매우 낮아 호흡기의 1차 방어막인 코점막과 기관지 점막 등을 메마르게 해 바이러스 및 세균에 대한 면역력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호흡기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보고에 따르면 기내에서는 감기에 걸릴 위험성이 많으면 100배까지 높아진다.

[생활속의 건강이야기] 항공 여행과 건강
비행기는 짧은 시간에 청소와 소독을 마친 뒤 또 다른 승객들이 사용하게 돼 감염성 질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좌석 뒤 주머니, 테이블, 팔걸이는 황색 포도상구균, 대장균을 비롯한 다양한 병원균에 오염됐을 수 있다. 좁은 기내 화장실에서 변기 물을 내릴 때 소대변의 병원균이 튀어 감염성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

비행 중인 항공기의 기압은 정상 기압의 75% 정도로 유지한다. 해발 2400m의 산 정상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혈중 산소농도가 낮아지는 저산소증이 생겨 피곤하고 어지러우며 머리가 아플 수 있다.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저산소증에 의해 심장으로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들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기압이 낮아지면 위장관 내 가스가 팽창해 배가 더부룩하고 변비가 생길 우려가 있다. 또 좁은 좌석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장시간 앉아 있다 보니 혈액이 다리 쪽으로 몰려 ‘이코노미석 증후군’이라고 불리는 심부정맥혈전증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항공 여행을 하면서 건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따뜻한 물과 차를 자주 마셔 탈수를 막는 게 중요하다. 탈수를 유발하는 카페인음료나 장내 가스양을 늘리는 탄산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가까운 좌석에 기침하는 승객이 있다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작은 용량의 손세정제를 준비해 자주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피부 건조를 막기 위해 로션을 발라주고 콘택트렌즈는 안경으로 바꿔 착용하는 것이 좋다.

자주 일어나 기내 복도를 걷고 발과 무릎을 주물러주며 앉은 자세에서 발목을 위로 젖혔다 펴는 등 스트레칭을 매시간 5분 이상 반복하기를 권한다. 다리는 꼬고 앉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