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금리 인하기 채권시장서 주목해야 할 점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점점 더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침에 따라 채권수익률(금리)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위험 자산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여러 번의 대규모 자산 매입 또는 양적완화(QE)를 통해 저금리 정책이 일반화됐다. 양적완화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던 미국 중앙은행(Fed)도 지난달 말 다시 금리 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이런 흐름을 따르고 있어 이미 낮은 채권수익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저금리는 느린 속도이기는 하지만 여러 나라의 경기 회복을 도왔다. 그러나 금융자산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있는 건 사실이다.

먼저 몇몇 채권은 마이너스 금리대로 떨어졌다. 세계적으로 15조달러에 달하는 국채·회사채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몇 주 사이 이런 기류는 유럽 정크본드(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고위험·고수익 채권) 같은 하이일드 채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뉴스의 헤드라인은 정크본드가 마이너스 금리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과장해 전달하는 데 그치지만, 그 이면을 알면 충격적이다. 유럽의 하이일드채권 중 14개 기업의 회사채(전체 지수 구성의 2% 비중)가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물론 여기엔 기술적인 이유가 있다. 이들 채권은 만기가 5주 이내로 다가왔거나 만기 전 즉시 상환 가능한 상품이다. 곧 상환될 채권은 가격이 급격히 떨어져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그래도 불편한 진실은 있다. 유럽지역 상당수 하이일드채권의 수익률은 플러스라고 해도 0~1%다. 미국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하이일드채권 수익률은 6%대에 육박하는 반면 블룸버그 유럽하이일드채권지수의 수익률은 3.5%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낮은 수익률로 인해 우량 채권과 수익률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하이일드 채권을 왜 투자자들은 매입하고 있을까. 많은 투자자가 절대적인 수익률보다 상대적인 수익률을 더 따진다. 비록 수익률이 낮더라도 고위험 채권은 안전자산보다 여전히 수익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그리고 국채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다고 해도 유동성(내지 환금성)이 뛰어나고 현금 결제보다 거래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그래서 생겨난 여전히 많은 수요가 채권 금리의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투자자들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짜야 할까. 채권 가격은 두 가지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 있다. 먼저 신용 가격(credit price)이 펀더멘털을 따라 잡을 수 있다. 글로벌 경제 성장이 지연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질 경우 크게 불어난 회사채 시장의 레버리지가 주목받으며 좁아진 금리차(스프레드)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신용 가격이 금융정책을 계속 따라갈 수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유럽중앙은행도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있다. 일본은 자산을 계속 매입하고, 중국도 경기하강에 대처하고 있으며, 신흥국도 금융환경을 완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좁아진 스프레드가 유지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위험’을 줄이길 권한다. 채권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높아졌으며 손실 위험은 커지고 있다. 뉴욕생명은 기존처럼 채권의 만기 기간은 단기 중심을 유지하고 투자를 다변화하면서도 최근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