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소열차로 시베리아 너머 베를린까지
많은 사람이 분단국가에서 통일국가로 그리고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한 독일의 수도 베를린으로 가기 위해 항공편을 이용한다. 하지만 베를린은 직항편이 없어 환승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시베리아횡단열차를 떠올리지만 출발지인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야 하고 1주일 넘는 여정도 걸린다. 그럼 전남 목포에서 출발하는 친환경 ‘수소열차’를 타고 서울과 평양을 지나 시베리아를 횡단한다면 어떨까.

정부의 중장기 철도 구축계획과 수소경제 산업시대로의 진입을 위해서는 수소연료전지의 활용성에 대한 색다른 그림이 필요하다. 중소형 승용차 모델을 중심으로 개발된 100㎾급 수소전기차는 연비와 수소연료요금, 주행안정성 모두 만족스럽지만 수소를 700기압으로 고압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400㎾급 대형운송수단인 수소열차와 버스는 350기압으로 충전 가능하고, 수소탱크 크기에도 민감하지 않다. 일정한 구간을 다니므로 도심 외곽의 차량 기지에서 충전할 수 있다. 따라서 대형운송수단과 수소연료전지의 결합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수소열차는 세계 여러 기업 연합체가 유럽에서 실증을 시작했다.

‘목포~베를린 수소열차 운행’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우선 여수와 울산의 부생수소를 이용한 운송·이송 충전 및 풍력 등과 연계해 수소를 생산하는 P2G(Power to Gas) 현장 초고순도 수소 충전망이 준비되면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잇는 수소철도 운행을 디자인해볼 수 있다. 광주~대구 달빛 내륙철도, 전북에서 출발해 전남·경남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산악열차, 부산~울산~대구 산업내륙열차, 제주~목포 해저열차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치밀하게 준비하면 서해안~시베리아~유럽 수소열차 운행도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는 고립됐지만 바다와 하늘을 통한 물류 운송으로 경제대국이 될 수 있었다. 수소경제 활성화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 즉 다음 세대를 위한 일자리 창출의 행복한 성과가 선순환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재영 < 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