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매각 불발로 성동조선해양이 파산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2010년 4월 ‘채권단 자율협약’ 이후 8년간 계속된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존폐의 위기에 내몰린 것이다(한경 6월 14일자 A1, 4면).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받기로 한 10월까지 넉 달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지만, 지금 상태가 계속되면 경영 정상화는 기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8년간 이 회사에는 전문성 없는 정치권이 고비 때마다 개입해 온갖 간섭을 해왔다. 노조세력도 인력 감축 등 필수적인 경영정상화 노력에 딴지를 걸었다.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정상화를 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지역 정치 세력이 불쑥불쑥 개입하고 관여하는 것은 ‘한국적 전통’이 된 지 오래다. 연속된 불법 폭력사태로 점철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에서도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개입과 노조의 막무가내식 반대가 매번 되풀이되는데 어떤 투자 자본이 인수를 하려 들겠는가. 이런 상황은 해외에도 금세 알려지는 시대다. 기업의 재기(再起)를 가로막는 이런 한국적 악습은 이미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수주량 기준으로 세계 8위의 조선업체였던 성동조선의 좌초과정을 백서로 남겨야 한다. 구조조정의 실무 교과서로 삼고,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과 노조의 잘못 외에도 짚을 게 많다. 조선전문 기업이 파생상품 거래에 나선 배경이나 수출입은행 같은 국책은행이 채권단으로서 제 기능을 충분히 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간 열 번이나 실사를 하면서도 매각에 실기한 것 등에 다른 요인은 없었는지 점검해보는 것도 향후 기업구조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에도 교훈을 얻지 못하면 한국에서 구조조정 시장은 제 기능을 못할 수가 있다. 한 기업의 존망차원을 넘어서자는 얘기다. 남은 넉 달, 채권단과 회사가 새 주인 찾기에 성과를 내기를 기원하지만, 설사 무위에 그쳐도 ‘8년 표류 백서’는 남겨야 한다. 그래야 4조원 투입에 대한 교훈이라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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