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규제가 푸드테크 발목 잡아선 안돼
세계 식품시장은 2017년 기준 6조3000억달러 규모다. 1조4000억달러 규모의 자동차 시장, 1조달러 규모의 정보기술(IT) 시장보다 훨씬 크다. 우리나라 식품시장은 2017년 약 1200억달러 규모로 세계 14위다. 그런데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진 데다 경제성장률 또한 둔화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선진국 식품산업은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신기술이 융합된 ‘푸드테크(food-tech)’ 바람이 불며 4차 산업혁명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식물성 대체고기 개발업체 비욘드미트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 시가총액은 상장 한 달 만에 공모가의 4배를 넘어 7조40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 같은 푸드테크 분야 스타트업들이 식품산업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식품산업의 판을 흔드는 푸드테크 업체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푸드테크 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는 연간 매출액의 2.2%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경쟁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분야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기업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평균 0.36% 수준이다.

글로벌 식품기업은 R&D에서도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며 대학 등 외부기관과의 공동연구에 적극적이다. 전통적인 식품 분야가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아마존은 IT 기술을 바탕으로 무인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엔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 체인 홀푸드를 인수하고 신기술을 적용해 신선식품 배달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IBM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대형 식품유통업체와 협력해 식품의 이력 추적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품산업을 해외 진출도 하는 유망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푸드테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먼저 정부, 민간기업 모두 식품분야 R&D 투자를 늘려야 한다. 혁신성은 크지만 불확실성 또한 적지 않은 푸드테크 분야에 국가가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식품 대기업들도 푸드테크 기반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건전한 생태계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이렇게 개발한 기술을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사용하거나 구입하는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최근 CJ제일제당, 농심, SPC 등에서 푸드테크 투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해 이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혁파하는 노력도 절실하다. 푸드테크 스타트업들은 각종 규제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포장지 글자 크기는 10포인트 이상, 글자 간격은 -5% 이상, 장평(한 글꼴의 상대적 넓이)은 90% 이상 등으로 너무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다. 공유주방도 조리시설의 공유를 막는 ‘주방 하나에 식당 하나’ 규제에 갇혀 있다.

세계 식품산업은 푸드테크로 인해 커다란 변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푸드테크 분야의 기술융합은 가속화되고 있고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갈라파고스 규제’를 벗어던져 혁신을 좇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