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을 수정·보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위원장은 8일 ‘2019년 대국민 연구성과 보고회’에서 한경 기자와 만나 “성장잠재력이 저하되고 소득분배는 악화되고 있다”며 “소주성 정책 가운데 필요한 부분은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미진한 것들은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소주성’의 이론적 전제(임금 상승이 경제 성장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에 오류가 있다는 학계 지적에 “학술적으로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한다”고도 했다(한경 5월 9일자 A1, 3면).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소주성 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는다”는 종전 발언에서 크게 물러선 것이다. ‘소주성’ 정책 설계자 중 한 명이자 문재인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홍 위원장이 정책 수정과 보완을 정색하고 언급한 것은 정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목할 만하다.

최근 청와대 정책라인 등에서도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아직 부족하고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국정과제도 많다”(정해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소주성’ 방향에 대해서는) 확고한 믿음이 있지만 정책 완급을 조절하고 보완할 곳이 있으면 하겠다”(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는 ‘자성론’이 대표적이다. ‘소주성’을 비롯한 정부 핵심 경제 정책에 속도조절과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수정·보완을 제대로 하려면 왜곡된 경제현실 인식부터 바로잡는 게 중요하다. 올 1분기에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하는 ‘경제 참사’가 빚어졌는데도 정부·여당은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최근 펴낸 ‘문재인 정부 2주년, 경제부문 성과와 과제’란 자료집은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고, 거시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자화자찬’ 일색이다. 정부·여당의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과 ‘소주성’ 보완·수정을 둘러싼 오락가락하는 발언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소주성’이 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라고 해서 수정할 수 없는 ‘성역’일 수는 없다. 선거 공약은 궁극적으로 국민 복리 증진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수단인 ‘소주성’이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목표를 되레 해친다면 바로잡는 게 더불어민주당이 강조하는 ‘민생 증진’에 더 부합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부작용이 속출하는 소주성의 보완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열린 마음으로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특정 이념에 사로잡힌 몇몇이 모여 밀실에서 결정하는 ‘탁상정책’은 보완이 또 다른 보완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면 구직자, 자영업자, 중소기업인, 경제학자 등 각계각층이 모인 가운데 공개 대토론회를 열어 소주성을 평가하고 가계와 기업의 절박한 현실을 듣는 게 중요하다. 공개토론회를 통해 무엇이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공감대를 모은다면 정책 실패를 줄이고 ‘민생 증진’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