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폴드’ 출시 연기 사태는 시장과 소비자에게 비상한 관심사가 됐다. 세계 최초의 접는 스마트폰을 먼저 내놓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출시 사흘 전에 중단된 것 자체가 8년째 이 시장에서 1위를 지켜온 글로벌 기업답지 못한 큰 실책이다. 철저한 준비 없이 관행적인 ‘속도전’과 ‘최초 만능’에 매달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삼성전자가 언론에 취재용으로 미리 배포한 제품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을 바로 수용한 것은 적절했고, 당연했다. ‘최초’라는 기록과 업계 수위 기업의 ‘체면’ 대신 소비자 신뢰를 택한 것에 대해서는 미국 언론들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배포한 지 며칠 만에 불거진 몇몇 문제점을 보면 ‘접었다 펴는 테스트를 20만 번이나 했다’는 장담이 무색할 정도다. 2016년 배터리 화재로 인한 갤럭시노트7 모델의 전량 리콜로 2조7000억원의 손실을 내고도 품질관리에 허점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이번 사태가 전화위복이 되도록 기술적으로 미비한 점부터 보완해야겠지만, 차제에 삼성전자가 더 큰 시야로 돌아봐야 할 게 있다. ‘빨리빨리 문화’, ‘업계 최초 기록’ 같은 단기 관점의 성과주의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 대기업에 외형에 매달리는 이런 식의 ‘관료주의’ 병폐가 생겼다는 비판이 나온 지도 한참 됐다.

빨리빨리 문화와 조기성과주의의 폐단이 더 심각한 곳은 정부다. 늘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는 기업은 생존 차원에서라도 발 빠른 오류 수정이 이뤄진다. 하지만 정책이라는 ‘독점 공급재’를 쥔 정부는 졸속 행정으로 숱한 국가적 손실을 일으키고도 개선되는 모습을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회도 다를 게 없다.

주 52시간의 무리한 근로시간단축제도가 단적인 예다. 제대로 된 탄력근로의 보완이 없어 혼란이 심각하다. ‘시급 1만원’이라는 공약을 달성하겠다며 무리하게 올려 온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정작 이를 주도해놓고도 “이렇게 빨리 올라갈지는 나도 몰랐다” “부작용이 이 정도일 줄은 미처 예상 못했다”는 말을 예사로 내뱉는 전·현직 정책입안자들이다.

단시일 내에 실업자를 줄이고 고용률도 높여 보겠다며 조(兆)단위의 재정을 예사로 퍼붓는 것도 정부 스스로 초래한 재앙을 조기에 해소해보겠다며 허둥대는 꼴이다. 밤 11시에 소란을 벌이며 개통한 5세대(5G) 통신망도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어렵사리 쥐었다. 하지만 최초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게 ‘최고’의 기술과 품질 확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발목을 잡는 통신정책 환골탈태가 시급하다.

기업도 정부도 바뀌어야 한다. 외형보다는 내실에, 속도보다는 품질에 주목할 때가 됐다. 완전독점 상태의 행정과 정책에서는 더욱 그렇다. 자본도 기술도 부족하던 시절과는 달라졌다. 지금은 모든 게 융합하고 창의적으로 재해석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에나 통했던 ‘빨리빨리’의 조급증에 갇힌 사회와 조직으로는 온전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