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그제 발표한 ‘고령화 사회’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매우 심각한 영향’ ‘지속가능성 위협’과 같은 센 표현으로 시종일관하며 고령화의 위험을 경고해서다.

보고서의 핵심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는 반면, 정책 대응과 제도 개선은 너무 늦다는 것이다. 지금 추세라면 현재 20%인 ‘고령인구부양비’(65세 이상 인구/15~64세 생산가능 인구)가 2050년 73%로 치솟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정체하거나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을 G7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더라도, 20여년 뒤의 성장률은 0%대 추락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고령화 대책으로 출산율 제고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어렵사리 출산율을 높이더라도 곧 닥치게 될 노동력 공급부족의 근본대책이 될 수는 없다. KDI 보고서가 ‘고령자 친화적이고 유연한 노동정책으로의 전환이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한 배경일 것이다. 여성·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 등의 기존 방식을 뛰어넘어 고령세대의 경험과 지식을 잘 활용하는 역발상이 절실하다는 게 KDI의 주문이다.

KDI는 낡은 정년제도의 전면적 개선을 선결과제로 제시했다. 지금 고령자들은 이전 세대보다 교육·건강수준이 높은 만큼 ‘근로 능력’으로 은퇴 여부를 결정하는 유연한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관행을 탈피하고, 경력 전환을 원하는 중장년 대상의 직업훈련·평생교육체계 구축도 제안했다.

고령화 경고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한국 대표 싱크탱크’ KDI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KDI는 고령화 대처야말로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유관 부처들은 심각성을 인식하고, 즉각 공론화를 통해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