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인 95만4908대로 떨어졌다는 소식이다(한경 4월 3일자 A1, 5면). 국내 자동차산업 위기론이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는 몇몇 징후는 그 위기가 이제 턱밑까지 다가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국내 생산량 급감에 이어 현대자동차 국내 공장들이 지난해 44년 만에 적자를 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현대차는 해외 부문·관계사 등을 제외한 국내 공장 기반 사업에서 600억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1974년 증시 상장 후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차는 매년 국내 공장에서 2조~4조원가량을 벌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조차 국내 공장에서는 1조원 안팎의 이익을 거뒀다. 그랬던 국내 공장조차 손실로 돌아섰다는 것은 국내 1위 자동차업체의 ‘베이스 캠프’가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노조 리스크’에 따른 만성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수입차 공세 등으로 국내 판매가 크게 흔들린 결과다.

다른 완성차업체들의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 장기 파업 중인 르노삼성의 올해 닛산 위탁생산 물량은 당초 예정됐던 10만 대에서 6만 대로 쪼그라든다. 지난해 군산공장을 폐쇄한 한국GM은 ‘철수설’ 여파로 내수 부진에서 벗어날 기미가 별로 없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면 올해 국내 생산량이 400만 대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2007년 처음 넘은 400만 대 고지는 국내 자동차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한 ‘마지노선’으로 불린다. 무너질 경우 수많은 부품사가 문을 닫고 산업 전체가 휘청거리게 된다는 얘기다. 지금 한국 자동차산업은 재도약이냐 추락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 노사 간 통 큰 결단 없이는 헤쳐나가기 어렵다. 정부도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 어떻게 이뤄낸 자동차산업인가.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