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외교가 경제를 파탄내는 일은 없어야
세계 경제 하강, 미·중 무역전쟁,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고 진단할 정도다. 국내적으로도 최근 방한한 IMF 연례협의단은 한국 경제가 ‘하방리스크’의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고, 무디스는 올 성장률이 2.1%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한국 경제에 대한 추락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미국과 일본, 중국과의 관계에서 실사구시(實事求是) 경제외교를 잘 해야 한다. 그런데 근래 한·미·일·중 관계는 위험수위에 달해 우려가 크다.

미국은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 토털 솔루션’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핵무기, 미사일, 생화학무기까지 망라한 대량살상무기(WMD) 전부에 대한 신뢰할 만한 신고와 검정, 폐기가 있어야 대북(對北)제재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의 배경이다.

북한은 유엔제재와 남북경협 단절로 2017년부터 마이너스 성장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엔 폭염, 홍수까지 겹쳤고 최근에는 식량도 부족해 배급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세계식량계획(WFP)에 긴급 지원을 요청할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앞두고 1995년 구호식량 요청을 하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미국으로서는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비핵화 압박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이 이런 미국 정책에 동참해야 효과가 나타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 경제특구 등 남북경협에 매달리고 있다. 그 결과 한·미 간 입장 차이를 넘어 불화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북한 비핵화를 두고 한·미 간의 이런 불협화음은 양국 통상·환율 등 경제문제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자동차에 대한 ‘관세폭탄’이 우려된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말을 꺼낼 수도 없는 지경이다.

미국은 중국의 대북지원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과도 무역 전쟁과 환율 압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등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겨냥하고 있다. 그 여파로 중국은 지난해 6.6% 성장해 2010년 10.4% 이후 하락세를 지속했다. 최근 열린 양회(兩會)에서는 올 성장률을 6.0~6.5%로 낮췄다. 이마저도 쉽지 않으며, 심할 경우 금융위기를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 제조 2025’가 뒤로 밀리고 2049년에 글로벌 패권국이 되겠다던 중국몽(中國夢)에 대한 회의론도 대두되고 있다. 이런 중국이 사드 배치 논란을 계기로 한국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한·일 관계는 더 위험한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신닛테쓰스미킨(新日鐵住金)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11월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12월 일본 초계기의 한국군함에 대한 저공비행 사태 등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다. 한국이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 장비의 대한(對韓) 수출 금지와 보복관세 주장이 대두되고 한일경제인회의가 전격 취소됐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압류가 시행될 경우 관세 부과는 물론 송금과 비자 발급 정지를 검토할 것이라는 강경발언도 했다. 100여 개 보복 리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일본은 한국이 지난해 수출 305억달러, 수입 546억달러를 하고 있는 4위의 교역대상국이다. 파국으로 가서는 안 된다.

북핵을 두고 미국에는 믿음을 잃고, 중국에는 무시당하고, 일본으로부터는 적대시되는 ‘외톨이 외교’로는 겹겹이 다가오는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일본과 중국이 영토분쟁에도 불구하고 작년 10월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을 체결한 실사구시 외교를 배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