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나르시시즘이 낳은 '버닝썬 게이트'
버닝썬 클럽에서의 폭행사건을 시작으로 가수 승리 사건, 정준영 몰카 단톡방 사건, 연예인들의 내기 골프 사건 등이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공권력 인사까지 연루됐다는 소식은 국민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게 한다.

이런 현상은 과거와 달리 가장 되고 싶은 인기 직업으로 연예인이 부상하게 된 부작용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한류와 함께 싸이, 방탄소년단 등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연예인은 부와 명성을 거머쥘 수 있는 최고의 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다 보니 일부 인기 연예인의 자만심이 부풀어 자신은 특별하다는 자아도취, 즉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된 것 같다. ‘위대한 개츠비’를 패러디해 ‘위대한 승츠비’라는 애칭이 가수 승리에게 붙여지기도 했다. 또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정준영은 자신은 허세와 뻔뻔한 콘셉트로 가겠다면서 타인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자만심을 표출해 ‘허세 정준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이들이 가진 자아도취적 자신감이다.

미국에서 이뤄진 한 연구에 의하면 연예인들은 자기애적 성격검사에서 일반인의 평균점수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보였다. 연예인은 극단적인 자아도취 성향을 지닌다고도 할 수 있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잠재적 위험이나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과시하는 행동을 하게 한다. 불법 행위와 범죄 행위에 대해서도 자아도취감으로 인해 판단능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나르시시즘이 부정적이고 해로운 성격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나르시시즘은 심리적 회복탄력성을 지니고 있어 실패나 좌절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해준다.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태도는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위안과 힘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나르시시스트의 주관적 행복감은 일반인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나르시시즘이 강한 사람들은 우울, 불안, 신경증적 특성을 보이기도 하고 심하게는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장애를 겪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무시하며 공감능력이 결여돼 있는 반면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는 지나치게 크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과시적 태도를 보인다. 또 자신의 성공, 외모, 로맨스에 관한 웅장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고, 자신이 특별한 대우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선천적인 나르시시즘적 성향은 연예인으로서 성공하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 자신이 특별하다는 생각과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고 싶어 하는 성격이 연예인이라는 직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연예인이 되고 난 뒤 이런 나르시시즘이 생겨나 더욱 강화되기도 한다. 이런 성향이 없는 사람도 첫 성공작이 나오거나 갑자기 스타로 떠오르면 자아도취적 성향이 생길 수 있다. 미국 정신과 의사 로버트 밀먼은 이를 ‘획득된 상황적 나르시시즘(acquired situational narcissism)’이라고 했다. 갑자기 돈을 많이 벌거나 명성이 높아지면 없었던 나르시시즘이 빠른 속도로 형성된다는 것이다. 획득된 나르시시즘은 선천적 나르시시즘과 비슷한 특징을 보이지만, 스스로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환호 같은 외부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스타가 되면 많은 사람이 알아보고, 영웅시하고, 특별한 대우를 해준다. 공권력의 비호까지 받게 될 정도니 굉장한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르시시즘을 지닌 사람들은 이를 치료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르시시즘 때문에 일어나는 주변 증상인 불안증이나 우울증을 치료하려고 할 뿐 나르시시즘 자체를 치료하려 하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스타의 나르시시즘은 대중이 만들어준 것이다. 비윤리적이고 범죄에 가까운 행동을 하면서도 자만하게끔 공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그들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들에 대한 무수한 소문과 연일 이어지는 추문이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뉴스가 되는 현상을 보면, 지금도 우리는 그들을 스타로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그들의 ‘획득된 나르시시즘’에 일조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