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교류까지 삐걱대는 한일관계
일본인 특성상 한국 경제에 더 불리

국중호 < 日 요코하마시립대 교수·경제학 >
[세계의 창] 한일경제인회의 연기를 우려하는 이유

일본의 일 처리와 행동 방식은 한국과 매우 다르다. 한국인은 단번에 승부를 내려는 기질이 강한 반면 일본인은 사전 정지작업(일본어로 네마와시)을 거쳐 그 일을 실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따라서 한국이 일본과의 어떤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고자 한다면 미리 손을 쓰는 물밑 조정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파이프 역할이 중요하다.

정치인 및 관료의 일본 인식 수준이 낮아지면서 한국의 대일(對日) 파이프 역할이 삐걱거리고 있다. 그에 비하면 한·일 경제인의 교류는 돈독하게 이뤄져온 편이다. 예컨대 ‘한일경제인회의’는 양국 재계 인사들이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실현하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1969년부터 50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양국을 오가며 매년 5월께 개최하던 이 회의조차 돌연 연기됐다. 강제징용 일본 기업들에 대한 배상 판결 실현 움직임이 그 배경에 자리한다. 경제계에까지 가시적 여파가 미칠 정도로 한·일 관계에 이상 기운이 감지된다.

각자의 주장이 강한 한국인과 나서지 않으려는 일본인 간에는 국가 정책을 대하는 방식도 상이하게 나타난다. 대개 한국인은 정부 정책이 어떻든 ‘나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반면 일본인은 국가 방침에 거슬릴 수 있겠다 싶은 행동은 꺼린다. 상대국 방문자 추세를 봐도 한·일 관계 악화를 접하는 반응 차이가 단적으로 나타나며 이는 한국 경제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류 붐이 한창이던 2011년,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수는 329만 명으로 같은 해 방일 한국인 수 165만 명의 두 배였다(한국관광공사 및 일본정부관광국 자료). 그러다가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및 일왕(천황) 사과 발언 언급을 계기로 한류 붐이 시들어갔고 한·일 관계도 악화의 길로 들어섰다. 관계 악화는 현 정부 들어 더욱 심해졌고, 그 영향으로 2018년 방한 일본인 수는 2011년보다 34만 명 줄어든 295만 명 수준이다.

한편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는 2018년 754만 명에 이른다. 한·일 관계 악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11년에 비해 589만 명이나 늘어났다. 일본 인구(1억2700만 명)가 한국의 2.5배니 인구 비례로 치면 2018년 방일 한국인 수는 방한 일본인 수보다 6.4배 많은 격이다. 한·일 관계 악화를 대하는 양 국민의 판이한 행동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일 관계 악화는 한국 경제 살리기에 결코 좋은 전략이 아니다. 한국인은 일본을 욕하면서도 일본을 많이 방문하고 일본 자동차도 선호하지만, 일본인은 혐한 감정이 고조되면 한국을 찾지 않고 한국 제품도 외면하기 때문이다. 지속성 중시가 몸에 밴 일본인인지라 그 여파도 오래간다. “어른들은 싸우는 아이들에게 화해하라 을러대지만, 정작 자신들이 다퉜을 땐 평생 화해 없이 지내곤 한다”(졸저 《흐름의 한국, 축적의 일본》 199쪽). 싸우고 나서 술 한잔하며 풀 수 있지 않나 하는 것은 한국인의 감각이다.

일본인과 일을 추진하는 데 요구되는 ‘네마와시’는 본래 ‘큰 나무를 이식하기 1~2년 전 주된 뿌리 이외의 것을 자르며 주위를 파, 자른 곳에서 잔뿌리가 나오게 하면 이식이 수월해짐’을 뜻한다. 이것이 ‘어떤 일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사전에 주변과 소통해 조정함’이라는 비유적 의미로 사용된다. 기초와 주변을 다진 다음 핵심에 접근하는 일본의 일 처리 방식을 숙지하고 대처해야 한·일 관계도 제대로 풀어갈 수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