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소경제 첫걸음, 사회적 공감대도 넓혀야
작년 12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제2공장 기공식에서 “현대차 그룹은 머지않아 다가올 수소경제라는 신산업 분야의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사회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 신년 업무보고에서 “수소차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획기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산업부는 이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제 현대차도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수정한 것이다. 이런 전략적 변화에서 현대차는 수소 사회를 선도하기 위해 단순히 수소차나 관련 부품을 시장에 많이 파는 것을 넘어서서 법과 규제, 사회 인식이라는 비(非)시장 영역과도 긴밀하게 소통·협력해야 한다.

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의 성공이 필수적이다. 선두 기업이라면 비시장 영역에서도 성공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와 공익에 부합하는 비전을 제시해 소통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계획을 보면 비시장 전략 관점에서 고민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먼저 소통의 측면을 보자. 수소사회는 석유시대의 종말과 에너지 대전환에 따라 인간 문명을 재구성하는 강력한 비전을 제시한다.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이를 “수소혁명”이라고 칭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사회에 관한 비전을 함께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와 공감을 이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언론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국가는 여러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며, 종국적으로 사회 구성원은 수소차에 신뢰를 갖고 우호적인 소비자로 변신할 수 있다.

다음으로 협력의 측면을 보자. 현대차그룹은 수소혁명을 위한 퍼스트 무버일 수는 있으나, 유일한 무버(the only mover)일 수는 없다. 수소혁명은 혼자서 이룰 수 있는 비전이 아니다. 내연기관차의 종말과 더불어 이를 대체할 표준으로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차 등이 각축하고 있으므로 현재의 자동차 경쟁자와 반대그룹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와 협력해야 한다. 특히 정부와의 협력은 제도와 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차원에서 매우 긴요하다. 정부와 현대차의 협업은 정권 차원의 정치적 전략이나 특혜가 아니며 다음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사회적으로도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전문가, 시민단체, 언론 등의 공감대를 얻어내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1997년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가 지구온난화의 원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석유를 넘어서(Beyond Petroleum)’라는 슬로건 아래 각종 기업 활동을 혁신했다. 회사 내에서 영업 단위별로 온실가스 거래제도를 도입하고, 태양열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를 회사 사업분야의 한 축으로 삼음으로써 평소 적대적이었던 환경론자를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BP는 국가별 혹은 국제적으로 도입되는 각종 규제를 선구자의 경험에 맞도록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업계의 평판을 높일 수 있었다.

퍼스트 무버들은 늘 사회적 과제에 도전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현대차의 첫걸음이 수소경제라는 새로운 에너지 트렌드의 큰 족적으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