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를 뿌리 뽑을 가장 확실한 대책이 있다. 전국 공장 문을 다 닫는 것이다. 공장을 모두 폐쇄하면 산재는 없어지겠지만 일자리와 재화 공급 역시 제로(0)가 되고 말 것이다. 이렇듯 모든 대책은 편익과 비용의 양면성을 지닌다. 산업안전 대책도 산업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걸 전제로 세워야지, 무조건 막고 금지하는 게 능사일 수는 없다.

고용노동부가 이달 발표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과 지침이 모법(母法)보다 더 강화된 규정들을 담을 것으로 전해져 기업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는 소식(한경 3월5일자 A10면)이다.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산업안전법이 산재 사망 시 형법의 업무상 과실치사죄(5년 이하 금고)보다 강력한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는 등 과잉·독소조항이 적지 않은데, 시행령·지침에서도 산업 특성과 다양성을 도외시한다면 득보다 실이 더 큰 ‘기업 벌주기법’이 될 수밖에 없다.

산업계가 우려하는 시행령·지침의 세부 내용은 산재 발생 시 고용부 장관의 작업중지 권한이 대폭 확대될 것이란 점이다.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등 대형 사업장의 경우 작업 중단 뒤 재가동까지 긴 시간이 필요해 한 번 작업을 중단하면 막대한 매출 손실로 이어진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선 40분간 정전 사고로도 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게다가 원인 규명, 시정조치, 재가동 등 절차마다 심사를 받으면 중단기간이 마냥 길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5대 중대재해 사업장의 가동중지 기간은 평균 21일에 달했다.

발주기업(도급인)이 책임져야 할 산재 책임대상에 기존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는 조항도 시행령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업체는 산재 관리·감독대상 협력사 숫자가 50배로 늘게 된다. 산재 발생 시 정부에 제출할 자료의 대상·범위도 기존 화학물질관리법과 중복 소지가 있고,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안전법의 개정 취지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산재 예방에 만전을 기하라는 것이지, 무작정 기업을 벌주고 괴롭히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년 1월 16일 본격 시행에 앞서 정부는 산업계의 고충을 반영해 보다 현실적이고 정합성 있는 시행령과 지침을 마련하기 바란다. 교통사고를 없애겠다고 차량 운행을 막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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