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소인 산업연구원이 4차 산업혁명 대응 시나리오별로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놨다. ‘4차 산업혁명을 고려한 중장기 산업구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5년 연평균 성장률은 2.71%로 둔화가 예상되지만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하면 2.85%, 그러지 못하면 1.93%로 달라진다. 국책연구소가 4차 산업혁명 대응에 실패할 경우 ‘1%대 성장 추락’ 경고를 내놓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대 이후 연평균 1%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여러 기관에서 이미 나온 바 있다. 산업연구원 전망은 우리 경제가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그 전에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다. 국책연구소의 보수성을 감안하면 4차 산업혁명이 성장률에 미칠 진폭은 이보다 더 클지 모른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분석한 ‘기계학습의 경제적 영향에 관한 시나리오’다. 이 보고서는 2016~2030년 한국의 연평균 성장률 전망을 담고 있다. 혁신을 위한 자본투자를 늘리고 데이터 규제를 풀면 3.00%, 인공지능(AI)과의 보완성을 위한 교육·훈련 등을 통해 생산성 제고와 인적자본 고도화로 가면 2.07%, 다 실패하면 0.02%가 될 것이란 내용이다.

산업연구원도 EIU 보고서도 우리 경제에 던진 메시지는 실기하지 말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외치지만 승차공유 하나 제대로 못 풀고 있다. 게다가 경쟁국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본사업을 펼치는데 우리나라는 규제 샌드박스에서 시범사업이나 하자는 수준이다. 이런 속도로 가면 비관적인 성장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