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학적 정책실험이 고용재앙 부른다
지난해 한국 경제는 2.7% 성장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무려 1%포인트나 밑돌았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6만2000달러인 미국도 3.1%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12년 만에 3만달러대에 턱걸이한 한국은 2017년 3.1%보다 0.4%포인트 낮은 성장률에 머문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난해 세계 경제는 유례없는 호황을 기록한 가운데 한국 경제만 추락했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35분기째 호황을 지속해 종전 최장 호황기였던 1961년 2월~1969년 12월의 106개월(약 35분기) 장기 호황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일본도 2012년 12월 이후 올 1월 기준 74개월째 호황을 지속, 지금까지 최장 호황이던 2002년 1월~2008월 2월의 73개월 ‘이자나미 호황’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이 정도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3~4% 정도는 성장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추락했고 올해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세계 경제 호황 중에도 한국 경제가 추락하고 있는 것은 국내 문제 탓이다. 강성노조 파업, 규제개혁 지연 등 여러 문제를 지적할 수 있는데 2017년 3분기 전년동기비 3.8% 성장을 정점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의 경제정책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지출항목별로는 설비투자의 전년동기비 증가율이 지난해 1분기 7.3%에서 2분기 -3.0%, 3분기 -7.4%, 4분기 -3.3%로 연이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적인 문제다. 어떤 정책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고 있나.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대변되는 친(親)노동정책과 기업지배구조 개혁, 법인세 인상,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축소, 여전한 규제 등 반(反)기업 정책이 중요한 원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무엇보다도 2011~2016년 연평균 6.6% 상승하던 최저임금이 지난해 16.4% 고율로 인상됐다. 무리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연장, 성과급 폐지와 연공급 재도입,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폐지 등 친노동 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지난 1년간 한국 경제는 뿌리째 흔들렸다.

그 결과 연 30만~40만 명 선을 유지하던 취업자 증가수가 지난해에는 9만7000명으로 급감하는 ‘고용참사’가 초래됐다. 자영업은 하루에만 3500여 개가 문을 닫고 일용·임시직 등 서민들의 일자리가 날아가면서 분배구조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문제의 온상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흔들림 없이 지속한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대신 △일자리 안정자금, 청년일자리 추경 등 2017~2018년간 54조원 규모 재정투입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와 ‘제로페이’ 도입 △상가임대차 인상률 상한의 하향조정과 계약갱신청구권 확대(5년→10년) △하도급대금 인상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불공정행위 조사 등 단기 대증요법 대책들만 추진했다. 막대한 세금을 거둬 천문학적인 재정투입으로 정책실패를 덮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세금을 더 거두면 경제는 더욱 침체하는 악순환에 빠질 뿐이다. 올해엔 주휴시간까지 포함하면 최저임금이 33% 초고율로 인상되는 것과 같고 주 52시간 근로제 처벌 유예기간도 오는 3월로 종료된다. ‘고용 대재앙’이 불 보듯 뻔한데 또 추경하고 세금을 더 거둘 것인가.

이뿐만 아니다. 기업지배구조를 개혁한다면서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도 공정경제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도 강화하고 있다. 기업경영권이 불안정해지면서 투자는커녕 경영권 방어에 골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한국 경제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