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금융업계에서 처음으로 내년부터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시행한다는 소식이다. 이미 직무급제를 적용하고 있는 임원과 조직책임자에 이어 일반직원 전체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직무급제란 일의 중요도, 난이도 등에 따라 임금을 달리하는 제도다. 교보생명이 이 제도를 시행함에 따라 입사동기 간에도 맡은 직무에 따라 수백만원의 연봉 차이가 나게 됐다.

교보생명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까지 가는 진통을 겪었지만, 한 발짝씩 양보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호봉제를 없애고 직무급제를 시행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연차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히 자극제가 될 만하다는 평가다.

민간기업이 이렇게 치고 나가는 것과 달리 정부의 상황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와 함께 공공기관 급여시스템을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바꾸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 정책은 강력하게 추진하면서도 직무급제 도입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정부는 여러차례 직무급제 도입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공공기관 혁신 과제 중 직무급제 도입을 맨 앞에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여태까지 로드맵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 정부에서 내놨던 성과연봉제를 백지화했다. 새 임금체계 대안도 내놓지 않고 폐지를 밀어붙였다. 그러다보니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던 공공기관 대부분이 호봉제로 돌아갔다. 정부가 공공기관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개혁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임금체계 개편은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이다. 생산성과 무관한 호봉제로는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공공기관 3분의 2 이상이 적자상태(2017년)인데 호봉제를 고집하는 것은 ‘철밥통’을 지키겠다는 것과 다름 없다. 정부는 올해 ‘지속가능한 고용 모델 구축’ 방안 중 하나로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을 또 제시했다. 이번에도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