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촉발된 무역규모와 산업 생산 감소, 신흥국 부채 위험 등으로 인해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경제 위축은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경고가 뒤따른다.

세계은행은 지난 8일 ‘어두워지는 하늘’이라는 제목의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당초 3.0%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2020년과 2021년 성장률 전망은 이보다 0.1%포인트 낮은 2.8%로 예측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도 어둡다. IMF는 지난해 말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3.7%로 0.2%포인트 낮춘 데 이어 조만간 추가 하향 조정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재무장관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2년 내 전례 없는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립턴 IMF 수석부총재는 “각국이 경제 침체가 몰고 올 심각한 위기에 제대로 준비가 안 돼 있다”며 통화스와프 체결 등 ‘위기 완충재’ 마련을 촉구했다.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국내총생산 대비 68%(2016년)에 이른다. 수출이 꺾이면 경제 전반이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한국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대외 악재가 쌓이고 있는 데다 ‘경제 버팀목’인 반도체 수출마저 감소세로 돌아서 더 이상 기댈 곳을 찾기 어렵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가 제대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살리기’를 역설했지만, 악화일로인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세계 경제 침체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