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의사 진료와 환자 치료를 돕기 위해 개발한 의료기기가 규제 벽에 가로막혀 활용되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없을 것”이라며 “누구를 위한 규제이고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은 “의료기기산업의 낡은 관행과 제도,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는 게 혁신성장 규제개혁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손에 잡히는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

올해 정부가 의료분야 규제개혁을 약속했던 법안 중 국회 문턱을 통과한 게 단 한 개도 없다. 첨단재생의료법, 체외진단의료기기법, 의료기기산업육성법은 물론이고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 약 자판기 도입을 위한 약사법 개정도 무산됐다. 연구중심병원의 기술지주회사 허용도,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범위나 소비자 의뢰 유전자검사 항목 확대도, 의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논의도 진척이 없긴 마찬가지다. 일본 중국은 다 되는데 왜 우리만 안 된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다. 이익단체의 반발이 문제라고 하지만 이는 결국 ‘정치의 실패’요, ‘리더십의 실패’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 여당이 대통령 약속을 관철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투자를 하고 혁신을 하겠나. 대통령이 혁신성장 규제개혁의 시작이라고 한 의료규제 혁파가 실패로 돌아가면 규제개혁도, 혁신성장도 끝이다. 정부 여당은 비상한 각오로 문제 해결에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