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청출어람(靑出於藍)
일찍이 공자는 사람 쓰는 아홉 가지 방법에 대해 말한 바 있다. 먼 곳에 심부름을 시켜 충성을 보고, 가까이 두고 써서 공경을 보며, 번거로운 일을 시켜 그 재능을 보고, 뜻밖의 질문을 던져 그 지혜를 보며, 급한 약속을 해 그 신용을 보고, 재물을 맡겨 그 어짐을 보며, 위급한 일을 알려 그 절개를 보고, 술에 취하게 해 그 절도를 보며, 남녀를 섞여 있게 해 이성에 대한 자세를 보는 것이다.

사람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르는 일은 더 중요하다. 기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무엇일까. 이런저런 것을 떠올려봐도 궁극엔 사람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어떤 사람을 쓰고 어떻게 기르며 어떻게 잡아둘 것인가. 이 명제야말로 기업이 모든 역량을 기울여 집중해야 할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언젠가 어느 인터뷰에서 ‘가장 잊지 못할 부하’를 물은 적이 있다. 45년 직장생활과 32년의 사장 생활에 어떤 부하인들 없었겠는가. 충성심이 높고 용맹하거나 지략과 지모가 많은 부하도 있었고, 이런저런 일로 속 썩인 부하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 과연 나를 뛰어넘은 부하가 있었는가? 그런 부하를 길러냈던가? 만일 없다면, 아니라면, 과연 나는 훌륭한 상사라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과연 윗사람의 보람이 무엇이겠나에 생각이 미친다.

청출어람이란 사자성어는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로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한 순자의 집록인 《순자》 ‘권학편(勸學篇)’에 나오는 말이다. ‘학문은 그쳐서는 안 된다(學不可以已). 푸른색은 쪽에서 취했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靑取之於藍而靑於藍), 얼음은 물이 이뤘지만 물보다 더 차다(氷水爲之而寒於水)’란 말에서 유래했다. 쪽은 파란 물감의 원료로 쓰이는 풀이다. 만들어진 물감의 빛이 원료인 쪽보다 더 푸르다니. 바로 스승을 능가하는 제자의 예를 말하는 것이다. 줄여서 청출어람이라 쓰기도 하지만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의 일곱 글자가 다 있어야 뜻이 명확하다.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나다는 뜻이 무엇일까. 그것은 스승이 쌓아 놓은 업적에 제자의 노력이 더해졌다는 말이다. 또 청출어람의 부하를 뒀느냐는 상사의 업적에 부하의 노력이 더해져야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일 게다. 그러나 그것뿐이라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중요한 것은 스승이나 상사의 업적과 제자나 부하의 노력만이 아니라 청출어람을 허용하는 스승과 상사의 마음일 것이다. 그것 없이 진정한 청출어람은 이뤄지지 않는다. 다시 생각해보니 내게도 그런 부하가 있었다. 그래서 또 감사하게 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