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新마법의 시대
몇 년 전 알파고가 지구 최강의 바둑 고수들을 모조리 꺾을 때 사람들은 영화에서나 보던 인공지능(AI)의 실체를 처음 느꼈다.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반응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AI를 이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AI 시대에 대한 기대와 막연한 두려움이 함께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자회사 딥마인드는 최근 50여 가지의 안과 질환을 진단하는 AI 기반 의료기기를 개발했다. 진단 정확도가 안과 전문의를 능가한다. 때맞춰 올 4월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은 사상 최초로 당뇨병성 망막증을 진단하는 AI 안과기기를 승인했다.

AI가 헬스케어 분야에서 빠르게 확산 중이다. 방사선 영상이나 병리 조직을 판독하고, 피부 병변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면 피부암 가능성을 판별하는 등 패턴을 분석하는 분야에서 의사에 필적하거나 더 나은 능력을 보이고 있다. 미국 벤처투자가 비노드 코슬라는 미래에 AI가 의사 80%를 대체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의사와 환자 간의 따뜻한 교감이 필수적인 의료 특성상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겠지만, 사실 AI의 습격으로부터 안전한 진료과는 없다고 할 정도다. 심지어 의사와 직접 상담해야 하는 정신과에서도 환자들이 AI와 상담하는 것을 더 편안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IBM 왓슨은 어느 의사도 도저히 머리에 담을 수 없는 엄청난 양의 의학 자료를 입력한 후 이를 불과 20초 내에 분석한다. 현재 암환자 진료, 유전체 분석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중국에서는 의사면허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AI 로봇을 의사가 부족한 지방에 배치하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을 정도다.

AI를 이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도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딥러닝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AI 기술은 현재 ‘약한 AI’ 단계다. 여기서 자율성을 가진 ‘강한 AI’를 넘어 ‘초AI’가 되면 과학기술은 물론 사회적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수준이 된다.

“지나치게 발전한 기술은 마술과 구별되지 않는다.” 과학소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저술한 미래학자 아서 클라크가 한 말이다. 정보기술(IT) 혁명과 바이오텍 혁명이 융합된 헬스케어의 혁신 기술은 21세기에 새로운 마법의 시대를 열고 있다. 기존 의료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는 우리나라 의료가 계속 발전하려면 미래의 패러다임이 될 AI 시대를 대비하는 획기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