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J노믹스와 J커브 효과
지난해 7월 이용섭 당시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현 광주시장)이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나와 ‘J커브 효과’를 언급한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J노믹스’를 설명하면서 △문 대통령 이름인 재인(Jaein)의 J △일자리(job)의 J △J커브 효과의 J 등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당시엔 그런가보다 하고 무심코 흘려들었다. 그러다 최근 한 전직 관료에게 세 번째의 J커브 효과 의미를 듣고 귀가 번쩍 뜨였다. 그는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전직 관료들의 자문그룹인 ‘10년의 힘’에 몸담았던 인사다. 그가 해준 말은 이렇다.

악화된 지표가 성장통이라고?

올해 1분기부터 소득 분배 고용 등의 지표가 더 악화되는 것을 놓고 정권 핵심층에는 J커브 효과라는 시각이 있다고 한다. J노믹스 설계 당시 이미 예상했던 수순인데, 소득주도성장을 신봉하는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 이런 믿음이 크다는 것이다. J커브 효과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올리면 초기엔 무역수지가 오히려 악화되다가 시간이 지난 뒤 J자 모양처럼 크게 개선되는 현상을 말한다. 다시 말해 지금의 분배·고용 악화는 지난 10년간 이른바 ‘낙수효과’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을 ‘분수효과’로 돌리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얘기인데, 고통을 참고 이겨내면 얼마 안 가 의미있는 회복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 악화된 지표가 나올 때마다 청와대 참모들은 “경제 체질이 바뀌는 과정에서의 진통”이라거나 “성장통”이란 발언을 반복적으로 내놨다. 심지어 김동연 경제부총리조차 얼마 전 한 강연에서 “상승 국면으로 가기 위해선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기간이 필요하다”며 “(최근 지표 악화는) 국민에게 ‘조금 참고 가시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분배·고용 악화에도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정부를 믿고 연말까지 기다려달라”고 했던 것이나, 이쯤 되면 노선을 수정할 만도 한데 문 대통령조차 “정책 기조는 변함없이 가야 한다”는 점을 시종일관 강조하는 이유도 J커브 효과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을까. 정말 그런 것이라면 섬뜩하기 짝이 없다.

정책실험 1년이면 충분해

고용 한파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자영업자와 청년 알바들에겐 당장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이 고통은 어쩌면 끝도 없이 깊어질지 모른다. 이들에게 “우리 정책이 곧 효과를 낼 것이니 참고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올 거야”라고 하는 건 희망고문이나 다름없다.

희망대로 J커브 효과가 나타난다면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지표를 보면 그럴 것 같지 않다. 최근 경제 주체들의 심리지표는 시간이 갈수록 우리 경제가, 특히 경제적 약자들의 삶이 더 힘들어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대다수 중소기업은 20일 뒤에 닥칠 ‘2차 최저임금 쇼크’의 공포로 떨고 있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잔뜩 위축돼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가계소득과 분배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정책 방향을 틀기 어렵다면 최소한 수정하려는 시도라도 해봐야 한다. 고통받는 경제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1년 실험해봤으면 충분하지 않은가.

안타깝게도 정부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새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홍남기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소득주도성장 효과가 내년 하반기부터는 가시적으로 지표에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참고 기다려달라는 시점을 1년 더 연장한 셈인데, 과연 기다리면 쨍하고 해가 뜰까.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