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취업 후진학'으로 기술꿈나무 키워야
‘기술이 있어야 발전이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발전하는 데 근간이 된 생각이다. 1970년대, 정부는 독일 등의 도움을 받아 기계공고, 직업훈련원 등 산업화에 필요한 체계를 구축했으며 이후 약 120만 명의 기능·기술 인력을 양성해 적기에 산업체에 공급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학력 위주 사회풍토로 바뀌면서 기술인 양성에 대한 관심이 줄었고 숙련기술인 사기도 저하됐다. 1990년대까지 기술 작업환경은 열악했으며 체계적으로 후임을 길러 내지도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작업환경 개선과 함께 도제식 교육을 통해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진학률이 70%를 넘고, 청년실업이 고착화되며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을 갖춘 숙련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정부는 숙련기술인력의 기술 역량 및 노하우를 사회적 자산으로 환원하는 ‘예비숙련기술인전수’, 청년들이 미래 숙련기술인에 도전할 수 있도록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숙련기술체험캠프’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제2차 숙련기술 장려 기본계획’은 숙련기술인력 공급 기반 확대 및 숙련기술의 현장 확산, 숙련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등에 초점을 맞췄다.

기술강국의 면모를 유지하면서 4차 산업혁명의 높은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뿐 아니라 숙련기술인의 적극적 참여도 필요하다. 최근 고령화 등으로 인해 기술 전수의 단절이 현실화되고 있다. 2015년 18명이 선정된 대한민국명장이 올해는 단 7명만 선정되는 등 우수 숙련기술인 선정 인원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기술은 끊임없이 이어져 나가야 한다. 숙련기술인 또한 숙련기술전수사업, 산업현장교수단 등 다양한 참여를 통해 기술 꿈나무 육성에 힘을 보태야 한다.

무엇보다 기술 꿈나무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 산업기술인력 수급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 산업기술인력 비율은 2015년 14.7%에서 2016년 16.3%로, 숙련기술인 미충원 인원은 2015년 8만372명에서 2016년 8만6693명으로 늘었다. 뿌리산업을 비롯한 산업현장은 기술 꿈나무들의 존재가 절실한 상황이다. 기술 꿈나무들이 기술인으로 입문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선취업 후진학’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유로존의 경제위기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독일은 도제식 교육을 통해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일찍부터 숙련시켜 양질의 인력자원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도제훈련을 통해 들어온 근로자들은 재직하면서 대학이나 교육훈련 과정을 병행해 학위나 자격을 취득할 수 있으며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적자원관리 시스템을 통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는다.

선취업 후진학 정책의 성공은 실력중심사회 구축을 전제로 한다. 정부는 숙련기술인이 우대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실력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해야 한다. 숙련기술인 또한 여러 참여 활동을 통해 숙련기술인의 위상을 높이고 기술 꿈나무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멘토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우수 숙련기술인으로 성장할 때 노동과 사람이 존중받는 실력중심사회가 현실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