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내년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현금성 복지예산을 3조원 늘려 의결했다. 이대로 확정되면 복지부 예산은 올해 63조1554억원에서 내년 75조2975억원으로 급증한다. 증가율이 19.2%에 달해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4.4%)의 네 배가 넘는다. 혈세로 조성되는 예산에 대해 낭비와 비효율을 걸러내야 할 국회가 거꾸로 ‘누가 더 많이 퍼주나’식 경쟁을 벌인 것이다.

세부내역을 보면 더 가관이다. 복지 기본원칙과 실효성은 외면한 채 유권자에게 현금을 쥐여주겠다는 것 일색이다. 아동수당을 소득·자산 상위 10%에도 주고, 만 8세까지 확대하겠다고 한다. 모든 출산가구에 250만원의 출산장려금도 준다. 초저출산의 심각성을 모르지 않는 세상이지만, “돈 준다고 아이를 낳겠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기초연금 인상분만큼 기초생계급여가 줄어들 노인(65세 이상)에게 월 1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한 것도 비판이 많다.

기존 복지제도로도 재정 압박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공무원 증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등 미래세대에 전가될 부담도 산더미다. 정부·여당은 향후 5년간 60조원의 증세를 기대하지만, 경기침체 등을 감안하면 지나친 낙관이다. 오히려 국가채무가 2040년 4074조원(GDP 대비 90.4%), 2050년 7798조원(126.3%)에 이를 것이란 재정정책학회 추계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는 해마다 복지예산을 늘리는 걸 당연시한다. 이를 견제해야 할 보수야당들조차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선별복지 대신 무차별복지로 돌아섰다. 포퓰리즘 경쟁은 여당과 야당, 중앙과 지방이 따로 없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선 또 어떤 퍼주기 폭주가 벌어질지 상상조차 어렵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국회의원 정수를 최대 60명 늘리는 방안을 궁리 중이다. 의원 특권을 줄이고 국회예산을 동결하면 국민도 동의해줄 것이란 계산이다. 지금도 의원 300명이 쏟아내는 온갖 규제 입법과 포퓰리즘의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더 늘리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입법부의 폭주는 제동장치도 없다. 이런 국회라면 오히려 정원을 줄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