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뜨면 浮(부), 가라앉으면 沈(침)이다. 부침(浮沈)은 보통 물에서 벌어지는 일이자 현상이기는 하지만 그에 그치지는 않는다. 공기 중에서도 마찬가지고, 인생살이라는 개념적인 공간에서도 뜨고 가라앉음은 늘 있다.

글자 浮(부)는 본래 물가에서 어린아이 머리를 누군가 잡고 있는 모습이다. 어른이 아이에게 헤엄치는 방법을 가르치는 뜻이었으리라고 추정한다. 그로부터 물에 뜨다, 떠오르다 등의 의미로 발전했을 것이다.

다음 글자 沈(침)의 본래 글자꼴은 물에 소를 거꾸로 빠뜨리는 모습이다. 물에서 제사를 지내는 의례였으리란 풀이다. 사람을 물에 빠뜨리는 모습으로도 등장한다. 형벌을 집행하는 장면이었으리라는 추정이다. 그로부터 이 글자는 빠지다, 가라앉다, 빠뜨리다 등의 새김을 얻었다고 본다.

방방 뜬다고 다 좋지는 않다. 부박(浮薄)이라는 단어가 대표적이다. 늘 떠있어서 경박하게 행동하는 사람의 성격이다. 부유(浮遊)하는 인생도 그렇다. 정처 없이, 하는 일 없이 이리저리 노니는 삶이 뭐가 좋을까.

차분히 가라앉은 침착(沈着)함이 부박함보다는 낫다. 내세울 게 별로 없으면 조용히 있는 게 낫다. 침잠(沈潛)이 그런 경우다. 그렇다고 너무 잦아들면 좋지 않다. 침울(沈鬱)에 빠져들 때 사람에겐 탈이 난다.

그럼에도 국가나 사회 분위기는 가라앉음보다 떠오름이 낫다. 먼 바닷길을 가는 커다란 배는 물의 부력(浮力)을 바탕으로 동력을 곁들여 앞으로 나아간다. 부력과 동력이 충분하면 배는 먼 물길을 무사히 건넌다. 문제가 생겨도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내려앉는 침하(沈下) 현상이 벌어져도 적절한 대응을 통해 배를 수리할 수 있다면 다행이다. 조금 잠겨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태인 침체(沈滯)도 마찬가지다. 내려앉다가 결국은 물에 꼴깍 잠겨버리는 침몰(沈沒)의 상황이 최악이다.

대한민국의 이름을 단 배는 지금 어떤 상황일까. 침하의 조짐을 보인 지 오래다. 부력을 받지 못한 데다 동력을 키우지 못해 부른 침체도 깊어진다. 힘의 원천을 잃으면 닥치는 일이 침몰인데 대한민국이라는 배는 그로부터 자유로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