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와 관련해 과거 ‘혐의 없음’으로 판단했던 금융당국이 약 2년 만에 ‘고의적 분식’이라고 입장을 바꾼 것이다. 쟁점은 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를 통해 고의로 회사가치를 부풀렸느냐 여부다.

참여연대는 2016년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구도에 유리하도록 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한 것 아니냐”고 금융감독원(금감원)에 질의했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당시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끌어올려 제일모직 지분이 많은 이 부회장의 승계 구도에 유리하게끔 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금감원은 ‘혐의 없다’고 회신했다.

그러다가 작년 4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정치권 요구로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에 착수했다. 지난 7월 증선위가 금감원에 재감리를 명령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증선위가 이번에 ‘고의적 분식’이라며 검찰 고발과 대표이사 해임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 중징계를 내린 것이다. 증선위는 “금감원 재감리 과정에서 고의적 분식회계를 입증할 결정적 내부자료를 입수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 입장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무혐의 처리한 사건을 사후 의혹 제기로 재감리 내지 재조사를 벌이고 “털고 또 터니 증거가 나왔다”며 중징계한다면 법적 안정성은 어떻게 되는 건가. 무죄 확정된 사건을 계속 수사해 증거가 나왔다고 유죄로 뒤집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분식회계 여부를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금융당국이 정치논리에 휘둘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국제회계기준(IFRS) 위반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컸지만, 애초 답은 정해져 있었다”는 말도 있다. ‘삼성 때리기’ 쪽으로 이미 결론이 나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명확한 회계기준을 확립해야 할 금융당국이 오히려 ‘회계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그렇잖아도 IFRS는 재량을 강조하는 회계기준인데 이번 일로 기업들은 더욱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바이오산업은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절실한데 연구개발비 자산처리 범위 축소 문제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오락가락 잣대가 기업들의 신산업 의욕마저 꺾지 않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