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고적을 찾는 재미
나는 경영 일선에 있을 때부터 여유를 갖고자 문화재에 관심을 가졌다. 고적(古跡)을 찾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우리나라가 거대한 문화 국가임을 새삼 알게 됐다. 그중에서도 사찰은 고적과 문화재를 많이 볼 수 있는 야외 박물관 같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불교 문화권에 있었기 때문에 사찰 경내에는 종교를 떠나 선인들이 남겨놓은 예술품이 많다. 그 문화재를 찾으며 감상하는 풍미는 참으로 멋들어진 일이다.

때때로 절은 없어지고 석탑이나 비갈(碑碣)만이 덩그러니 서 있는 두메산골 속 옛 절터를 찾기도 한다. 옛 자취를 찾는 일은 혼자면 재미가 덜하니 함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친구나 가족이 동행한다면 더욱 즐겁게 다녀올 수 있다. 고적은 서울 시내 근교에도 많이 있다. 어느 곳을 가면 좋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유홍준 작가의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참고하는 것도 좋다. 서울 근교와 지방 곳곳의 문화유적지를 잘 정리해둬 고적 탐방에 도움이 된다.

나는 강화도 덕진진을 비롯해 수원시의 수원화성, 여주의 신륵사와 고달사지, 세종대왕릉, 충주의 중원고구려비 중앙탑, 예산의 추사고택, 해미읍성, 서산의 마애불 등을 방문한 적이 있다. 모두 당일 코스로도 가기 적당한 곳이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문화재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경주와 백제 문화권인 공주와 부여, 익산에서 유서 깊은 고찰(古刹)과 유적(遺蹟)을 만나보는 것을 권한다. 두 곳 모두 유네스코에서 선정한 세계문화유산 유적이다. 유네스코는 각국의 문화유산을 지정해 문화재로 보존·관리하는 국제기구다. 우리나라의 세계문화유산은 2018년 기준 전국에 총 12곳이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1995년 지정), 수원화성, 창덕궁(1997년),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의 고인돌(2000년), 조선 왕릉(2009년), 한국의 역사마을인 화회와 양동(2010년), 남한산성(2014년), 백제역사유적지구 공주, 부여, 익산(2015년)이다.

가벼운 마음과 간편한 복장으로 유서 깊은 고적을 방문해 다소곳이 옛것을 음미하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기까진 쉽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간다고 휩쓸려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옛것을 찾고 옛 문화와 현대 문화를 비교해보며 즐기는 문화인이 돼보는 건 어떨까. 우리의 문화재를 자주 보고 우리 문화의 참맛에 빠져드는 한국인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