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서치', 미스터리 스릴러의 틀 깨뜨린 '진짜'
영화 마케팅과 일반 상품 마케팅은 무엇이 다를까. 가장 큰 차이점은 영화는 가격이 같다는 점이다. 더 많은 제작비를 들였다고 해서 더 비싸게 팔지도 않지만, 덜 재미있으니까 할인을 해 주겠다 하는 경우도 없다. 예외 없이 같은 가격을 붙인 채 경쟁하는 특이한 마켓이다.

영화가 ‘제품(Product)’이라 불리지 않고 ‘콘텐츠(Contents)’라 불리는 것은 필요에 의해 사용되기보다는 즐기기 위해 향유되는 것에 가깝기 때문이다. 가격 차별화가 없는 상태에서, 마치 사람처럼 살아있는 생명체에 가까운 영화를 마케팅한다는 것은 그래서 꽤 까다롭고 어렵다. 경쟁도 매우 치열해 매주 전혀 다른 개성의 영화가 수편씩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관객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영화 마케팅 전략과 아이디어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사람들은 흔히 창의력, 크리에이티브 같은 단어를 떠올리지만 사실 아이디어는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 그것을 실현해내는 데 있다. 세상을 바꿀 만한 생각은 누구나 하지만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처럼, 페이퍼에 쓰인 완벽한 기획과 전략을 현실 세계로 끌고 와 구현해내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창의성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걸 해내는 사람이 ‘진짜’다.

얼마 전 ‘괜찮은’ 아이디어를 ‘기가 막히게’ 구현해낸 영화를 오랜만에 한 편 만났다. 개봉 첫날 3등으로 시작해 관객의 열화와 같은 입소문을 타고 개봉 5일차에 1등으로 올라선 ‘서치’란 작품이다. 3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이 화려한 광고도 홍보도 없었던 이 영화를 선택했다.

영화 스토리는 아주 평범하다.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고등학생 딸을 찾기 위해 애쓰는 아빠의 이야기인데, 이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창의적인 지점은 전통적인 미스터리 스릴러 요소를 가장 현대적인 방식을 사용해 구현해 냈다는 점이다. ‘서치’는 기존의 영화 문법과 형식을 과감히 깨고 영화 대부분을 휴대폰, 컴퓨터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기기 화면으로 가득 채운 혁신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극중 아빠 데이비드는 현실에서 딸 마고에 대해 아는 정보가 아무것도 없음을 그녀가 실종된 후에나 깨닫고는 딸이 놓고 간 노트북에서 그녀가 남긴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마고가 사용하던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몰랐던 딸의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은 복선과 반전의 거듭 속에서 놀라운 몰입감을 선사하는데, 여기에 휴대폰과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게 된 우리 현실이 겹쳐지며 영화는 더욱 생생한 스릴감을 더한다. 특히 휴대폰 문자를 썼다 지웠다 하는 데이비드의 자판을 통해 그의 갈등을 표현하고, 컴퓨터 화면을 오가는 마우스 포인트의 움직임, 타이핑 속도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묘사해내는 디테일은 압권이다.

‘서치’를 연출한 아니쉬 차간티는 1991년생의 젊은 감독으로 이번 영화가 데뷔작이다. 미국 내 소수인종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를 캐스팅했다는 감독은 불과 13일 만에 촬영을 끝낸 이 작품을 2년여에 걸친 후반작업을 통해 완성해냈다고 한다. 머릿속 괜찮은 아이디어에 불과했던 것을 인내와 끈기를 발휘해 ‘진짜’로 완성해낸 감독에게 영화 팬으로서 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