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삼성전자가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 장비를 이용한 ‘퍼스트콜(first call)’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퍼스트콜은 상용 서비스와 동일한 환경에서 데이터가 정상적으로 송수신되는지 확인하는 최종 절차다. 우리나라가 ‘5G 상용화’를 외치면서 정작 통신장비산업은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떨치게 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통신장비시장은 전통적으로 에릭슨 노키아 등 유럽 기업이 강세였지만 지금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신흥 강자로 부상한 상황이다.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에서 화웨이(28%)가 에릭슨(27%)과 노키아(23%)를 제친 게 이를 말해준다. 삼성전자는 점유율이 3%에 불과하다. 이런 시점에서 5G 상용화가 막을 올리자 통신장비 업체 간 주도권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결과에 따라서는 경쟁구도가 또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통신서비스를 선도하면서도 관련 산업 생태계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우리나라로서는 통신장비산업을 키울 마지막 기회로 주목된다.

글로벌 보안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도 국내 기업에 호기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에 보안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중국산 스파이칩 공포’까지 번지고 있다. 중국 업체와 중국산 제품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통신장비가 특정 국가 안보에 미칠 위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국내 기업은 상호 긴장관계로 가고 있는 미국·중국·유럽의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국내 기업이 5G 상용화를 발판으로 기술·품질·가격에 보안 우위성까지 확보한다면 글로벌 통신장비 강자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