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엊그제 국회에서 혼쭐이 났다. 미국 재무부가 국내 은행 7곳을 접촉해 대북 사업 내용을 캐물은 사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한 것이다. 윤 원장은 비슷한 해외 사례 등을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우려가 큰데도 내용 파악조차 안 돼 있다는 인상을 줬다.

윤 원장으로서는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의 관심이 큰 분야라 답변하기 곤란했을 수도 있다. 외교부와 통일부,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까지 관여돼 있다. 금감원으로선 분명 다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큰 줄기를 챙기는 금융감독 수장이 미주알고주알 다 알아야 한다는 법도 없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윤 원장의 태도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미국이 최근 ‘세컨더리 보이콧’을 주의하라며 새삼 경고하고 나선 터다. “은행들이 ‘오해가 풀렸다’고 전해 와 특별한 조치를 안 취했다”는 답은 책임 방기로 비치기에 충분하다. ‘경제 혈맥’과도 같은 은행시스템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작은 문제라도 불거지면 타격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금감원장 외에도 많은 장관에게 ‘공부 부족’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5·24조치 해제 검토’와 남북한 군사합의를 미국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잇단 설화를 빚었다. “입만 열면 사고 친다”며 여당의원들조차 눈총을 줄 정도다.

최근 경질된 장관 중 상당수도 재임시절 ‘업무에 너무 무지하다’는 구설에 올랐다. 얼마 전 환경부 장관을 슬그머니 교체했을 때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장관이 모든 걸 알 필요는 없지만 ‘까막눈’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청와대가 직접 주무르려고 ‘핫바지 장관’을 세웠다는 말도 들리지만, 그럴 리가 없고 믿고 싶지도 않다. 국정이 이런 식으로 운영돼선 안 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