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은산분리 완화에 이어 꼭 해결해야 할 핵심규제 20개 과제를 선정해 주목을 끈다. 우선순위를 정해 매달 1~2개씩 ‘각개격파’ 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개인정보 보호 완화, 원격의료 허용을 비롯해 차량 공유, 내국인 숙박 공유, 내국인 카지노, 산악 케이블카 등의 허용에다 수도권 규제 완화까지 포함돼 있다. 역대 정권마다 논의만 무성했을 뿐 제대로 풀지 못한 ‘덩어리 규제’들이다. 풀 수만 있다면 관련 산업 및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에 발맞춰 대기업들의 ‘통 큰 투자’와 고용 확대 계획이 줄을 잇고 있어 기대를 갖게 한다. 최근 4대 그룹이 내놓은 3~5년 내 투자액만도 302조원에 이른다. 한화(5년간 22조원), 신세계(3년간 9조원)에 이어 롯데, 포스코, GS 등도 투자계획을 가다듬고 있다. ‘투자 구걸’ 논란에도 투자활성화 없이는 경기 반전도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풀고,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 것은 국내외에서 수없이 검증된 경제 활성화의 기본이자 정도(正道)다. 근래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의 경기 회복세도 이런 경로를 밟은 덕이다. 인위적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민간의 ‘투자주도 성장’이라야 효과도 크고 지속가능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수십년 묵은 규제가 단칼에 풀릴 리 만무하다. 먼저 여당 일각과 핵심 지지층인 시민·사회단체들부터 설득해야 한다. ‘규제의 임자’라는 이익집단들의 저항도 무시할 수 없다. 기업들이 투자하고 싶어도 못 하게 하는 수도권 규제는 비수도권의 집단저항을 뚫어야 한다. 핵심 규제 20개 과제 모두 ‘정치적 출혈’을 수반하는 지난(至難)한 길일 것이다.

그래도 옳은 길이라면 나아가야 한다. 점점 식어가는 성장엔진을 되살리는 데 다른 지름길은 없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규제 혁파와 기업 투자로 엄청난 경제·고용효과를 창출해낸 ‘파주 LCD 클러스터’의 교훈도 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규제혁파라면 ‘일자리 정부’가 좌고우면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