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칼럼] 클라우드, 단일화의 함정서 벗어나야
2018 러시아월드컵은 유난히 많은 화제를 낳았다. 한국과 독일의 경기처럼 상대적으로 약팀으로 평가받던 팀이 강팀을 꺾은 경기가 유독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런 경기 결과가 우연의 산물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경기가 더해질수록 하나의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객관적인 자가 진단을 기반으로 한 맞춤 경기전략이다.

예를 들어 개인 기량이 떨어지는 팀은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키가 큰 선수가 많은 팀은 공중볼 위주의 공격 전술을, 스타 공격수가 포진한 팀은 그 선수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는 진용을 구성했다. 현재의 조직과 기량 수준에서 최대의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선수를 기용하고 진용을 변화하는 감독의 용병술이 돋보였다.

기업에도 월드컵 우승과 같은 비즈니스 혁신이란 최종 목표가 있다. 요즘 시대에 기업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디지털 파괴적 혁신(digital disruptive innovation)’이란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디지털 혁신의 관건은 디지털 시대의 천연자원이라고 불리는 데이터 활용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클라우드(cloud)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수천, 수억 개의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이를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과 같은 최신 기술과 접목해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것 모두 클라우드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클라우드는 많은 기업들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아직 대다수 기업이 클라우드 도입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클라우드를 도입했어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도 많다. 자체 정보기술(IT) 인프라와 클라우드의 상호관계, 그리고 클라우드 기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마다 보유한 IT 인프라나 비즈니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클라우드가 현재의 IT 인프라와 효율적으로 연동될 수 있을지, 어떤 클라우드 기술이 비즈니스에 적용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 최적의 클라우드 활용 방안을 찾는 첫걸음이다. 축구에서라면 경기 전 감독이 머릿속에서 최적의 선수 조합을 구상하고 적절한 진용과 전술을 구상하는 단계라고 하겠다.

클라우드를 도입한 기업들 또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할 수 있다. 우선 각종 규제 및 보안 문제, 시시각각 변화하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빠른 서비스 개발 등을 위해 단일 클라우드 환경만을 고집하기 어렵다. 하나의 클라우드 환경을 고집하는 경우 자칫 종속돼 비즈니스에 위험이 따를 수도 있다. 이런 고민들의 해결을 위해서는 퍼블릭, 프라이빗,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 여러 클라우드 환경뿐 아니라, 한 개 이상의 클라우드 협력사를 통해 멀티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시스템 연계에 대한 고려가 이뤄져야 한다.

휘슬은 이미 울렸다. 클라우드는 첨단 기술을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각인되며 기업 비즈니스 혁신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다양한 형태의 클라우드, 여러 업체의 클라우드 플랫폼을 어떻게 관리하고 유연하게 혼용하는지에 따라 게임의 성패가 갈린다. 기업이 이상적인 멀티 클라우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승리에 한 발짝 다가섰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