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韓·日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차이
올해 봄 한국의 한 국회의원 보좌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역 균형발전 관련 현안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해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이었다. “일본이 한국에 비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제도가 잘 돼 있다고 알고 있으니 현지 실정을 말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특정 국회의원이 발의하려는 안건에 들러리 서기가 싫어서였다. 그러자 보좌관이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당시) 의원들이 고루 참석하니 특정인의 입장이 아니다”고 했다. 그렇다면 참석하겠다고 했다. 여러 의원과 머리를 맞대고 일본의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제도 실시 배경이나 경제적 효과의 득과 실 등을 토론하다 보면 유익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토론회 일정은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였다. 처음 10분간은 개최 인사말로 잡혀 있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인사말을 듣는데 국회의원 네 명의 공동 개최라 그런지 ‘무슨 처장’ ‘어떤 동료의원’ 하면서 인사말이 이어졌다. 토론회가 시작되기를 묵묵히 기다렸다. 그다음이 놀라웠다. 사회자가 “많은 분이 모였을 때 우선 사진부터 찍자”는 것이었다. 모두 한곳에 모여 ‘OOO 국회 토론회, 주최: OOO 의원,… (네 명 이름)’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토론회를 했다는 증거 사진이었다.

이제 토론회가 시작되나 보다 싶었는데 더 큰 가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OOO 의원이 지구당에 일이 있어 가봐야 합니다” 하며 자리를 떴고, “OOO 의원님은 중요한 손님이 오셔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하면서 빠져나갔다. 결국 국회의원은 한 명도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문득 일본의 야당(민주당) 공동대표인 오쓰카 고헤이(大塚耕平) 의원이 떠올랐다. 그는 일본재정학회에 참가해 발표도 곧잘 하곤 했다. 학회에서 그와 명함을 교환한 인연으로 지금도 오쓰카 의원으로부터 ‘정치경제 리포트’라는 제목의 현안 분석 메일 매거진이 정기적으로 오고 있다.

분석 내용도 매우 구체적이며 본인이 작성한다.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최근 받은 내용을 예시하면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조달 수단을 의미하는 ICO(가상화폐공개)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하면서 그 의미와 유래, 관련 제도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분석을 이어갔다. 보좌관이 준비해준 것을 본인이 한 것처럼 말하곤 하는 일부 의원과는 깊이가 다르다.

특권도 많고 보좌관도 많이 두고 있는 한국 국회의원들이다. 여덟 명의 보좌관은 필요 없고 한 명이면 된다고 말한 의원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보좌관 중 일부라도 지역구를 관리하며 자신의 재선을 위해 동원되고 있다면 국민의 세금이 사적으로 사용되는 것인 만큼 크게 잘못된 일이다.

토론회를 마친 뒤 의원 보좌관 경험이 있는 선배한테 연락해봤다. 의원들이 한 사람도 자리를 지키지 않은 것에 한마디 쏘아붙였다고 했더니, 선배가 즉각 내 말을 받아쳤다. “국 교수! 한국에서 그렇게 말하면 출세 못 해.” 지역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아니라 자신들의 활동 이력 자료로만 이용될 것 같은 씁쓸한 국회 토론회였다. 정작 본인이 직접 하나씩 다져가며 실력을 쌓아가려는 의원들은 적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