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상위 10%’에 속한다는 대기업 노조들이 잇따라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경기가 악화되고 개별 회사의 경영사정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이들 노조의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은행 노조 중심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정년 65세 연장 △주 52시간제 조기 시행 △임금 4.7% 인상 등을 내걸고 총파업을 예고했다. 아직 조합원 찬반투표 등 절차가 남아있으나 업계에서는 파업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고 한다. 최근 ‘고용절벽’ 현상 등으로 청년 실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채용에 소극적이었다. 정부는 이 때문에 국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이 임금피크기간에 지급하는 급여 전액을 희망퇴직금으로 줄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까지 추진 중이다. 희망퇴직자를 늘려서라도 청년들의 은행 취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노조들이 정년을 더 늘려달라며 파업을 하려는 것은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구조조정 중인 현대중공업, 정부의 공적자금을 받아 회생한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파업 움직임도 현실을 외면한 ‘노조 이기주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부진 여파로 적자의 늪에 빠진 데다, 해양플랜트 부문은 4년째 일감을 확보하지 못해 내달부터는 아예 공장가동을 중단해야 할 처지다. 그런데도 노조는 기본급 7.9% 인상, 성과급 250%를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2015년부터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3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당시 노조는 파업을 자제하고 자구안 이행 등에 협조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노조는 이를 뒤엎고 기본급 4.11% 인상과 노동 강도에 따른 보상제도 강화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우리 경제는 ‘일자리 쇼크’로 크게 위축돼있다. 비정규직 등 한계노동자들의 상황도 악화일로다. 대기업 노조들 중에도 “기득권을 양보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실업자 일자리 지원 등에 적극 나서겠다”고 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파업을 예고한 노조들을 보면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기득권 지키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