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내년 예산을 올해 본예산(428조8000억원)보다 10% 이상 늘리기로 했다는 한경(7월5일자 A1, 3면 참조) 보도다. 두 자릿수 예산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6%) 후 처음이다. 재정을 통해 저소득층 소득 보전과 일자리 창출 등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재정을 쏟아부었는데도 고용·분배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더 많은 돈을 푸는 이른바 ‘재정 중독’의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 규모는 최근 수년간 경제성장률을 2~3배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다. 당장 몇 년은 ‘슈퍼 팽창예산’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 재정은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국가부채 증가 속도도 위험 수준이어서 빚을 내 재정을 충당하는 것은 더 어려워질 게 뻔하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에는 국가부채가 2000조원(연금충당부채 포함)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큰 폭의 재정 확대에도 국가 미래를 책임질 투자가 되레 줄거나 정체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사회간접자본과 연구개발(R&D) 예산은 줄거나 예년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성장 동력을 키우는 분야에 투자를 소홀히 하면 나중에는 복지에 쓸 재원조차 마련하기 힘들다”(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자리 창출의 1차적 주체는 기업이다. 정부가 돈을 쏟아부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둬야 한다. 겹겹이 쌓인 규제를 풀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만 조성해도 양질의 일자리가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진입장벽을 폐지하거나 낮추면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 헬스케어 등 신(新)산업 분야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만 135만 개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의료산업 등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신산업일수록 진입장벽이 높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주 지지층인 기득권층을 설득, 이런 분야 규제부터 완화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재정을 아무리 많이 투입해도 가시적인 일자리 창출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