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선제적 대응
최근 GM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해당 지역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필자도 20년간 정보기술(IT) 기업을 운영해온 터라, 평소 기업 흥망성쇠의 파급 효과를 주의 깊게 지켜보게 된다. 자동차산업은 부품부터 유통, 마케팅까지 전후방 산업 규모가 커 그 어떤 산업과 비교해도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GM 사태를 보면서 범국가적 선제 대응의 필요성을 새삼 생각했다.

현재 자동차산업의 주요 화두는 자율주행, 전기차, 서비스화 등이다. 서비스화는 차량을 소유하는 대신 필요할 때 택시나 렌터카처럼 쓰는 것을 말한다. 이런 요소들은 서로 맞물려 발전하고 있다. 자율주행 택시가 사용자를 목적지에 데려다준 뒤 충전소로 들어가 알아서 충전하는 식이다.

자율주행 연구 기업 중 대중적 인지도와 기술 완성도가 높은 곳이 구글이다. 이런 구글이 올해 초 재규어에서 전기차 2만 대를 공급받기로 했다. 이어 지난 5월엔 크라이슬러 미니밴 6만2000대를 구입했다. 2020년에는 완전자율자동차를 판매하거나 택시 형태로 서비스한다고 한다. 군산에서 철수한 GM도 자율주행 분야에선 공격적이다. 최근 소프트뱅크로부터 자율주행차 사업부문에 약 2조5000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장 내년에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글로벌 선두 기업의 움직임을 보면 자율주행 서비스가 머지않아 보인다.

이는 기존 자동차산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다수의 산업 보고서는 자율주행차 서비스가 안착하면 완성차 수요가 급격히 줄 것으로 예상한다. 자율 주행을 통한 자동 배차, 교통정체 완화, 효율적인 합승 등 서비스 효율이 증가할수록 필요한 완성차 수는 감소하기 때문이다. 내연 기관이 전기 모터로 대체되는 게 거의 확실한 분위기에서 가장 큰 걸림돌인 충전 문제도 자율주행이 고도화되면 자율충전으로 해결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구조가 몹시 단순해 완성차 제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요즘 자동차산업의 흐름을 보면 스마트폰 등장 직전의 노키아가 떠오른다. 거대 공룡 노키아는 시장 판도가 바뀌자 한순간에 몰락했다.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시장의 큰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자동차산업을 바꿀 파도가 눈앞에 와 있다.

1990년대 후반 한국이 초고속 통신망에 과감히 투자해 성공한 선제적 대응의 사례도 떠오른다. 필자의 기업을 포함한 한국의 숱한 IT 기업이 그 당시 태동했다. 이번에도 국가와 기업, 유관기관이 합심해 미래 운송수단 변화에 적극적으로 선제 대응을 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