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과학과 종교
얼마 전 경영자 독서토론회에서 리처드 도킨스의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이란 책을 다뤘다. 저명한 과학저술가인 도킨스는 이 책에서 블랙홀 증명 과정과 별의 성분을 알아내는 법, 다양한 화석으로 진화론이 증명돼가는 역사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우주와 과학의 신비로움에서 기업경영의 혁신성장동력을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이 책이 선정됐고,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러던 중 한 분의 발언으로 토론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성경에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분명히 나와 있는데, 창조가 아니고 진화라고요? 미생물이 바닷속 생명체가 되고, 물고기가 진화해 육지생물이 되고, 육지생물 중 인간이 진화했다고요? 그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어디 있습니까?” 과학서적으로 토론하던 중 갑자기 성경 강의를 듣는 시간이 됐다.

인간은 오로라, 개기일식, 혜성 같은 자연현상을 보고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지 의문을 품는다. 과학자들은 상상력을 통해 가설을 내놓는다. 가설은 세월이 지나며 증명되기도 하고, 증명 과정이 엉터리로 판명되면 해당 가설은 폐기되고 새 가설이 나오기도 한다. 공룡 멸종, 대륙 이동설, 지동설과 같은 가설이 나오고 이를 증명하는 과정을 거쳐 신뢰할 수 있게 되면 교과서에도 실린다.

이에 반해 신은 해당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믿음이다.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믿는 종교의 신을 증명할 어떤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힌두교처럼 모든 물성에 신이 존재한다는 교리나, 조로아스터교에서의 불의 신, 불교에서의 부처를 어떻게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게 증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사람으로 하여금 지금 자신이 믿는 종교의 신이 진짜가 아니고 가짜임을 알게 할 수 있을까.

종교와 과학의 ‘맞고 틀림’을 말하는 게 아니라 ‘다름’을 얘기하는 것이다. 과학은 ‘가설과 반복적인 증명’이고 종교는 ‘신에 대한 믿음’이다. 내가 믿는 종교가 사실인지 아닌지 만인에게 증명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토론은 정답도 없을뿐더러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불쾌감만 준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종교를 교리로 믿지 말고 그분들이 말씀하신 절대선인 ‘사랑과 자비’로 세상을 바라봐라. 사랑과 자비로 세상을 보는 눈이 있다면 어떤 종교를 믿든, 또는 종교 없이 살아간다 하더라도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고 말씀하셨다. 하나님과 부처님, 힌두의 브라흐마 그리고 알라의 ‘사랑’과 ‘자비’ 같은 절대 선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종교적 갈등으로 고통받고 있을까 싶어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