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전방위로 나빠지고 있다. 수출, 투자, 소비, 고용 등 예외가 없다. 하루하루 발표되는 경제지표마다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0.1%로 두 달 만에 또 감소했다. ‘5월 산업활동 동향’에선 설비투자가 석 달째, 소비(소매판매)는 두 달째 줄었다. 지난 5월 7만 개로 쪼그라든 신규 일자리수가 6월에는 어땠을지 중순께 발표될 고용동향이 두려울 정도다.

‘경제는 심리’라는데 기업 경기전망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600대 기업의 경기실사지수(BSI) 7월 전망치가 90.7로, 17개월 만에 최저다. OECD 25개국 중 유독 한국 기업들만 경기 악화를 예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4개월 연속 하락세여서 하반기에 급격한 경기침체가 올 것이란 경고까지 나온다.

경기가 나빠질 기미가 보이면 먼저 움직이는 게 주가와 환율이다. 연초 2600선을 넘보던 코스피지수가 이제는 2300선마저 위태롭다.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최대 규모인 1조8000억원을 빼가는 등 5개월째 ‘팔자’ 행진이다. 1070원 선이던 원·달러 환율도 어느덧 1120원 선까지 치솟아 경제 불안심리를 부추긴다.

세계가 호황국면인데 한국에서만 경고음이 커진다는 게 더 문제다. 선진국에선 과감한 규제혁파와 노동개혁, 감세 등으로 활력을 되찾고 있다. 미국 트럼프노믹스, 일본 아베노믹스, 프랑스 마크롱의 개혁 드라이브 등이 그런 사례다. 미국과 일본은 실업률이 2~3%대에 불과하고, EU도 4월 실업률(8.5%)이 지난 10년 새 최저다. 중국은 무역마찰 와중에도 올 1~5월 수출 증가율이 13.4%로 전년 동기의 두 배다.

세계경제에 편승해온 한국이 홀로 극심한 몸살을 앓는 것은 그 원인이 내부에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지난 1년간 소득주도 성장과 친(親)노동 정책에 올인하면서 세계 흐름에 역행한 것은 ‘자해(自害)’나 다름없다. 기업을 ‘적폐’로 인식하고, 기업지배구조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등 ‘반(反)기업 정책’ 일색이었다. 그나마 기업 의욕을 북돋울 규제개혁은 지지부진해 ‘구색 갖추기’에 불과한 인상이 짙다.

그 결과 기업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자영업자들은 생사를 걱정하며,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은 더 좌절하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무역전쟁이 고조돼 수출마저 뒷걸음질 치면 과연 헤어날 구멍이 있을까 의문이다. 올해 정부가 목표한 ‘3% 성장’이 문제가 아니라, 경제·산업 기반의 붕괴를 걱정해야 할 때다. 일자리도, 가계소득도 기업이 존속해야만 늘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소득주도 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한다.

경제는 이념·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한번 무너지면 되살리는 데 각고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절실한 것은 당·정·청이 경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