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사가 합의한 근로조건, 제3자가 막을 권한 있나
일하는 방식이 급격히 바뀌는 대전환기를 맞아 근로시간도 그에 걸맞게 유연해지는 게 세계의 흐름이다. 산업현장에는 수천, 수만 가지 다양한 근무형태가 존재한다. 이를 획일적 기준으로 규율한다면 산업생태계를 질식시키는 치명적 위해(危害)임을 정부와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그제 한 포럼에서 호소한 대로, 최소한 노사가 합의한 경우 연장근무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당사자인 노사가 서로 필요에 의해 더 일하기로 합의한 경우까지도 공권력이 나서서 ‘저녁 있는 삶을 누려야 한다’며 가로막는다면, 이는 법과 제도를 통한 ‘보호’가 아니라 ‘횡포’일 뿐이다. 박 회장은 ‘선진국처럼’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정상적인 국가’라면 사적 자치를 존중하는 게 당연한 책무다. 독일 영국 일본 등이 노사가 합의한 경우에는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하는 것은 다 그런 이유에서다. 최저임금을 업종·지역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중소기업계의 잇단 호소도 같은 맥락에서 존중하는 게 마땅하다.
탄력근무시간제 적용 단위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것도 마냥 미룰 수 없다. 획일적 근로시간 규제로 비상이 걸린 업종이 한둘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대규모 보수가 필요한 석유·화학·철강 등 장치산업, 날씨가 좋을 때 몰아서 일하는 건설업, 특정 시기에 업무가 폭증하는 정보기술(IT)업과 회계법인 등이 모두 그렇다. 글로벌 기업들은 근로시간을 탄력 적용하며 자유롭게 뛰는데, 우리 기업들만 손발이 묶이면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근로 유연성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시대가 변하고 세계가 달라지는데 마냥 눈감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는 6개월 유예에 그치지 말고, 이제라도 근로시간 규제의 문제점을 전면 재검토해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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