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시행될 주 52시간 근무제의 단속·처벌이 6개월 유예됐지만 산업현장 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이 달라지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 물리적 시간으로 노동의 절대량을 따지는 ‘컨베이어벨트 시대’식 노동규제가 가해지면서 곳곳에서 파열음을 야기하고 있어서다.

일하는 방식이 급격히 바뀌는 대전환기를 맞아 근로시간도 그에 걸맞게 유연해지는 게 세계의 흐름이다. 산업현장에는 수천, 수만 가지 다양한 근무형태가 존재한다. 이를 획일적 기준으로 규율한다면 산업생태계를 질식시키는 치명적 위해(危害)임을 정부와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그제 한 포럼에서 호소한 대로, 최소한 노사가 합의한 경우 연장근무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당사자인 노사가 서로 필요에 의해 더 일하기로 합의한 경우까지도 공권력이 나서서 ‘저녁 있는 삶을 누려야 한다’며 가로막는다면, 이는 법과 제도를 통한 ‘보호’가 아니라 ‘횡포’일 뿐이다. 박 회장은 ‘선진국처럼’이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정상적인 국가’라면 사적 자치를 존중하는 게 당연한 책무다. 독일 영국 일본 등이 노사가 합의한 경우에는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하는 것은 다 그런 이유에서다. 최저임금을 업종·지역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중소기업계의 잇단 호소도 같은 맥락에서 존중하는 게 마땅하다.

탄력근무시간제 적용 단위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는 것도 마냥 미룰 수 없다. 획일적 근로시간 규제로 비상이 걸린 업종이 한둘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대규모 보수가 필요한 석유·화학·철강 등 장치산업, 날씨가 좋을 때 몰아서 일하는 건설업, 특정 시기에 업무가 폭증하는 정보기술(IT)업과 회계법인 등이 모두 그렇다. 글로벌 기업들은 근로시간을 탄력 적용하며 자유롭게 뛰는데, 우리 기업들만 손발이 묶이면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는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근로 유연성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시대가 변하고 세계가 달라지는데 마냥 눈감고 있을 수는 없다. 정부는 6개월 유예에 그치지 말고, 이제라도 근로시간 규제의 문제점을 전면 재검토해 개선해야 할 것이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