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 국가인 미국이 12분의 1 덩치에 불과한 한국을 경제성장률에서 올해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경제조사회사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2018년 하반기 세계경제전망’ 내용은 충격적이다.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3%로 지난해보다 0.6%포인트 높아지는 반면, 한국은 작년(3.1%)보다 낮은 2.8%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거대한 몸집의 항공모함이 훨씬 작은 크기의 구축함보다 빠른 속도로 달린다는 걸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는 없다. 한국이 본격 성장궤도에 오른 1962년 이래 미국에 성장률을 추월당한 적은 딱 두 번밖에 없었다. 제2차 오일쇼크에 정변(政變)까지 겪으며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1980년(-1.5%)과 미증유의 외환위기를 당한 1998년(-6.9%)이었다.

한·미 간 성장률 역전이라는 ‘이변’은 세계은행 등을 통해 이미 예고돼 왔다. 미국이 3%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바라보게 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왕성한 시장경제 활성화 정책 덕분임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콘퍼런스보드가 “미국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감세와 재정부양을 동시에 시행하는 나라”라고 진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와 규제 철폐 등으로 ‘성장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기업의 기(氣)를 살린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콘퍼런스보드는 반면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한국은 최근 선진국 간 통상분쟁 등 대외 경제여건 악화에 따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이런 때일수록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을 굳건한 내부 체질 개선이 절실해진다. 한국과 미국의 경제성장률 역전이 ‘이례적’이 아닌, ‘일상적’인 것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