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들이 기업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대형 노동현안으로 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데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비판적 목소리를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산업현장에선 오는 7월1일부터 시행될 주52시간 근무제로 아우성이지만 경제단체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과거 이런 현안이 발생했을 때 기업 의견을 수렴해 앞장서 행동으로 나섰던 것과는 딴판이다. 특정 사안에 대해 공동 대응이나 상호 협력으로 힘을 모으던 모습도 사라졌다. 새 정부 들어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대응에 난색을 표하면서 경제단체 간 논의가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정책에 대한 입장도 제각각이고 손발이 안맞는 모습도 보인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국회 결정을 놓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한때 노동계와 같은 입장으로 돌아서 경제단체 간 내분을 빚은 게 대표적 사례다. 이후 경총은 회장 상근부회장 직원 간 내분설이 흘러나오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순실 사태’와 연루돼 회원사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등 힘을 잃었다. 경총은 정권 초기 정규직 전환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가 청와대로부터 공개경고를 받은 이후 집행부가 바뀌었다. 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등도 정부의 강한 압박에 엎드릴 수밖에 없다. 5대 경제단체의 상근부회장이 모조리 관료 출신이라는 점 역시 정부에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된 배경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맛을 잃은 소금’처럼 경제단체가 ‘기업의 대변자’라는 본질을 잃어버리면 존립할 이유가 없다. 더구나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이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는 등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힘을 합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반해 기업들은 하소연을 하고 싶어도 할 데가 없다. 쏟아지는 노동현안에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경제단체들의 위기다. 무엇이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는가.